북한의 이산가족 상봉중단 선언으로 남북관계에도 파장이 일 전망이다. 5일 북한 미사일 발사 이후 어려워진 남북관계가 더 경화될 가능성도 다분하다.
무엇보다 북측의 이번 조치가 우리 정부의 쌀, 비료 지원중단 유보에 따른 보복성 대응이어서 쓸 수 있는 카드는 별로 없다는 데 정부의 고민이 있다. 양창석 통일부 홍보관리관이 "대북지원이 재개되도록 상황 호전을 위해 북측이 노력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한 것도 그래서다.
우리 정부는 미사일 문제가 해결돼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기 전까지 쌀과 비료 지원을 할 수 없는 만큼 북측이 전향적 태도를 보이는 것 말고는 이산가족 상봉을 재개할 방법이 없다는 뜻이다. 현 상황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북한측에 조속한 6자 회담 복귀를 촉구하는 것 정도다.
물론 북한이 과거 두 차례 이산가족상봉 중단을 대남 압박카드로 사용함에 따라 경색됐던 남북관계를 대북 특사 파견 등 남북대화로 푼 경우가 있지만, 그때와는 사정이 다르다. 북측의 6자회담 복귀 문제는 남측의 의지와 선의로만 풀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도 19일 방송인터뷰에서 "당장은 소강 상태인데 시간이 지나면 복귀될 거라 생각한다"며 "미사일 문제의 출구를 찾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사일 문제가 풀려야 이산가족 상봉이 재개될 것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상봉 중단과 남북관계의 냉각기가 한 동안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와 함께 북한도 이산가족 상봉 중단 사실을 통보하면서 "최근 우리를 적대시하면서 대북제재 소동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일본에 동족 사이의 인도주의적 사업을 팔아먹은 것과 같은 반민족적 행위"라고 비난했다.
그간 '우리 민족끼리'를 강조하며 남측을 미일과 분리했던 북측이 미일과 동일 선상에서 남측과 대립도 불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만큼 쌀과 비료를 지원 받지 못한 북측의 사정이 절박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남북관계의 안정적 유지라는 정부의 기조 역시 안팎의 도전을 받을 공산이 커졌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날 안보관계 장관회의에서 불필요한 긴장과 대결국면을 조성하는 과도한 대응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관련국의 인식 공유를 위한 긴밀한 외교 노력을 지시한 데도 이 같은 남북관계에 대한 불안감이 반영돼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사업 등 남북경협은 당장 악 영향을 받을 것 같지는 않다. 남측이 미ㆍ일의 대북 금융제재 등 추가제재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이들 사업의 지속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한 데다 북측도 경협에서 얻는 이익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미일의 제재와 북한 맞대응 강도의 동시 상승작용이 이어지면 되면 이들 사업 역시 직간접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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