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군사동맹이 삐걱대고 있다. 최근 일련의 군사현안 협상에서 미국이 사사건건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한국을 압박하는 형국이다. 급기야 미국은 협상이 진행 중인 전시 작전통제권의 환수에 대해서도 ‘조속히 가져가라’는 입장을 밝혔다. 예상 밖의 압박에 우리 정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 같은 미국의 불만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파문 등에서 드러난 불편한 한미 관계와도 관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19일 군사 소식통 등에 따르면 미국은 14일 끝난 한미안보정책구상(SPI) 회의에서 작전통제권을 2010년 이전에 한국군에 되돌려 주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우리 정부는 독자적인 전쟁수행 능력을 갖추기까지는 최소한 5년 정도의 준비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2011~2012년께나 작전통제권을 환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한국군이 최신전술지휘통제(C4I) 체계를 구축하는 등 전쟁수행 능력이 크게 향상된 만큼 작전통제권 환수를 늦출 이유가 없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의 소식통은 “지난해 한국이 작전통제권 환수문제를 꺼내자 펜타곤(미 국방부)측은 ‘언제라도 가져가라’는 식으로 반응, 한국 관리들이 화들짝 놀랐다”고 전했다. 미측이 이번에 밝힌 조기 환수 입장에도 펜타곤의 불만이 상당히 반영돼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반환기지 환경오염 치유 문제와 공대지 사격장 문제에서도 강도 높은 목소리로 우리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국내환경 기준을 내세워 엄격한 오염치유를 요구하자 미측은 기지를 일방적으로 반환하겠다는 강수를 꺼낸 끝에 SPI 회의에서 ‘토양오염 치유없이 15개 기지를 반환한다’는 자신의 이해를 관철시켰다. 매향리 사격장 폐쇄 이후 우리 정부가 대체 공대지 사격장을 제공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미국은 “대체 사격장이 제공되지 않으면 외국 훈련장으로 나가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우리 군 당국은 환경오염 치유 문제와 공대지 사격장은 주민과 지방자지단체의 반발을 감수하더라도 한미동맹을 위해 우선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작전통제권의 조기환수 문제에 대해서는 상당히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최근 일련의 군사현안 협상 과정에서 미측의 감정이 상당히 격앙돼 있다”며 “환경오염 치유 문제와 공대지 사격장 문제를 밀어붙이기 위해 작전통제권 문제를 들고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교가에서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후속조치에서 불협화음을 내고있는 참여정부에 대한 견제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군 당국은 “전시 작전통제권을 한국군이 단독행사한다는 큰 틀에 대해서는 한미간 이견이 없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는 현재 각자의 입장이 개진된 상태일 뿐이며 환수시기는 양측 협의를 거쳐 10월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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