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고통을 겪고 있는 마당에 꼭 댐 건설 문제를 꺼내야 합니까. 아픈 가슴에 대못을 박는 겁니다.”
건설교통부의 댐 건설 검토 소식이 전해지자 수재를 입은 강원도민들의 원망은 그치지 않았다. 피해 복구와 구호가 우선돼야 할 시점에 이미 결론이 난 문제를 재론하는 것은 아문 상처를 후비는 게 아니면 뭐냐는 비난도 따랐다.
수마가 휩쓸고 간 삶의 터전에서 재기에 몸부림치는 수재민들에게 댐 건설 소식은 결코 ‘위안’이 아니다. 댐이 건설되면 수몰될 지역의 수재민들은 그나마 정든 고향을 떠나야 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설움이 복받친다.
무엇보다 댐 건설 문제 제기의 선후가 바뀌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수 많은 사람들이 가족을 잃은 슬픔에 잠겨있고, 고립지역 주민들은 아직도 빗물과 흙탕물에 떠내려온 감자로 연명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동감댐 건설을 무위로 돌린 가장 큰 이유는 주민들의 반대였다. 이재민들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다음 검토해도 충분할 것을 이 시점에 거론하는 것은 누가 봐도 ‘계산된 영악함’ 때문이라는 느낌을 준다.
영월군의 한 주민은 “이재민의 고통경감이 우선인 상황에서 댐 건설을 운위하는 것은 인륜적으로도 잘못 아니냐”며 “건설을 재 논의해도 영월읍민이 먼저 해야 한다”고 섭섭함을 드러냈다. 한탄강댐 건설반대 철원ㆍ포천ㆍ연천군대책위원회측은 96년 수해 이후 제방을 높이고 배수 펌프장을 증설해 이번에 큰 피해가 없었다며 댐 건설의 부당성을 주장했다.
무엇보다 영월댐(동강댐)은 전문가와 실무자, 주민들이 10년에 걸친 논쟁과 검토 끝에 결론이 난 사안이다. 다시 댐 건설 논의가 제기된다해도 결론을 내기까지 그만큼의 세월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정부가 굳이 댐을 건설하고 싶다면 주민들의 수해 고통부터 헤아리는 게 순서가 아닐까.
곽영승 사회부 부장 (춘천 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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