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방송사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싼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전선(戰線)의 접점도 ‘FTA 체결에 따른 득실의 과대 포장 여부’에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이후 멕시코 경제 파탄의 원인’, ‘우리 정부측의 4대 선결조건 양보 여부’ 등으로 확산되고 있고, 방송사에 대한 정부 대응도 고위 관계자의 ‘방송사에 대한 유감 표명’에서 ‘범 정부 차원의 속전속결 대응’으로 확대되고 있다.
정부와 방송사간 갈등의 출발은 지난 달 4일 ‘KBS 스페셜’이 ‘FTA 12년, 멕시코 명과 암’을 방송하면서 시작됐다. KBS 스페셜은 NAFTA 체결이 멕시코 경제에 미친 부정적 효과를 집중 부각했다.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은 이에 “제작자의 정치적 관점을 과도하게 반영했다”고 공개 비판했고, KBS 스페셜은 이후 9일 방영한 ‘한미 FTA – 위기인가 기회인가’편에서 비교적 ‘중립적’으로 FTA를 다루었다.
반면 MBC는 연일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PD수첩은 4일 ‘론스타와 참여정부의 동상이몽 1편’을 통해 NAFTA 체결로 인한 멕시코 경제의 파탄과 양극화 심화, 서민경제 악화를 집중 조명했다. 이 방송이 큰 반향을 일으키자 ‘국정브리핑’은 연일 PD수첩이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공격하고 나섰다. 이백만 청와대 홍보수석도 청와대브리핑을 통해 “PD수첩의 보도는 전형적인 편파 왜곡보도”라며 “멕시코 서민경제가 어려워진 데에는 NAFTA도 일정 부분 작용했겠지만, 페소화 위기로 인한 폐해가 훨씬 컸다”고 반박했다. 국정브리핑도 ‘PD수첩의 외눈박이 보도’ ‘PD수첩과 균형 잃은 카메라’ 등의 기사를 통해 “서비스업 경쟁력 강화와 양극화 개선 효과가 더 크다”고 반박했다.
특히 ‘PD수첩’이 18일 밤 ‘론스타와 참여정부의 동상이몽 2편’을 내보내고서부터는 정부의 대응도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PD수첩은 ‘스크린쿼터 축소, 미국산 쇠고기 수입, 약값 재조정,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완화 등 미국의 4대 요구를 한국 정부가 먼저 양보해주기로 약속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이 결과 우리측 협상카드가 줄어드는 등 협상단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정부는 19일 재정경제부, 외교통상부,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합동 기자회견을 급조, “4대 선결조건 양보를 미리 약속한 바 없다”며 PD수첩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정부는 “협상 출범 이후에는 관련 제도를 변경하지 않은 상태에서 논의하는 게 관례”라며 “미국이 2차 협상을 중단한 것은 우리 정부가 협상 출범 후 약가제도를 바꾸려 한 데 대한 반발”이라고 설명했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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