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열린우리당 복귀 방침이 굳어지면서 여당 내부의 역학 관계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천 장관 본인이 대선주자가 되려는 꿈을 갖고 있는데다 김근태 의장 체제에 대한 견제 세력 역할을 할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천 장관의 복귀에 대한 관심은 무엇보다 여권 내에 만연해 있는 차기 대선에 대한 불안감에서 기인한다. “이 상태로는 정동영 전 의장이나 김근태 의장으로는 힘들지 않겠느냐”(한 중진의원)는 기류가 당의 저변에 흐르고 있다. 천 장관이 우윤근ㆍ문병호 의원 등 원내대표 시절 가까웠던 의원들의 모임인 ‘17인회’를 기반으로 독자세력화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은 이 같은 배경에서 나오는 것이다.
천 장관도 최근 측근들에게 “창당 주역으로서 당의 어려움을 외면할 수 없다”는 말을 하면서 당의 새로운 구심점 역할을 해보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복귀 시점을 잘 보라”고 했다. 조만간 당에 복귀함으로써 7ㆍ26 재보선 에서 당이 참패해 또다시 혼란스러운 상황에 처하게 될 경우를 대비하는 눈치다. 천 장관은 재보선 패배 후 당내에서 리더십을 보여줌으로써 제3 대선후보로서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계산을 하는 것 같다.
당 관계자들은 대체로 천 장관이 김 의장 견제 세력의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천 장관의 경우 아직은 홀로서기에 나설 만큼의 조직적 기반을 갖추지 못한 만큼 정동영계와 큰 틀에서 협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정동영계도 김한길 원내대표나 강봉균 정책위의장만으로 김 의장계를 견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천 장관과 손잡을 필요성이 있다.
실제로 천 장관은 지난 13일 정 전 의장과 저녁식사를 함께 하면서 당 안팎의 상황에 대해 깊은 교감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의장이 독일 유학에 앞서 김 의장과 오찬을 함께 한 바로 그 날이다. 정 전 의장과 천 장관은 과거 신기남 의원과 함께 ‘천신청 개혁 트리오’ 의 일원이었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우호적 관계에 있다.
물론 천 장관측은 “정 전 의장과는 협력 속의 경쟁 관계”라는 점을 강조한다. 정 전 의장의 ‘대리인’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경계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김 의장측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천 장관의 복귀가 큰 뉴스 거리가 되느냐”는 재야파 일부 인사의 반응을 통해 당내 세력 판도의 변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