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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학습 초등생 30명 도로 끊겨 수련원 닷새째 고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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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학습 초등생 30명 도로 끊겨 수련원 닷새째 고립

입력
2006.07.19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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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그치면 곧 집에 갈 수 있다고 했는데 벌써 5일째에요.”

수해로 10개 마을에 800여명이 고립된 강원 평창군 진부면에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어린이들이 있다. 진부면 수항리 거문초등학교 신기분교 학생 44명은 14일 진부면 간평리 호렙 오대산청소년수련원에 1박2일 일정으로 체험학습을 떠났다. 잠에서 깨어난 15일 오전 갑자기 시꺼먼 하늘에서 폭우가 쏟아졌다. 산사태로 도로가 끊겼다는 소식에 돌아갈 날을 하루 이틀 미룬 게 닷새나 됐다.

오대산 자락에 있는 수련원 등 간평리 일대는 다행히 별다른 피해가 없다. 그 동안 집이 피해를 입지 않았거나 인근에 친척이 사는 14명은 수련원을 떠났다. 하지만 남아있는 30명은 부모와 함께 살던 집이 복구될 때까지 갈 곳이 없다. 집이 흙더미에 파묻히거나 살림살이가 모두 떠내려가 식구가 한데 모여 편히 쉴 곳조차 없기 때문이다. 물난리가 자식과 부모의 애틋한 마음을 더욱 짙게 해주고 있는 셈이다.

19일 오전, 방안에서 또래 5명과 함께 동화책을 읽고 있던 남궁 경(9) 상(8) 형제도 집에 돌아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건설현장에서 매일 밤늦게까지 일하느라 얼굴 보기 힘든 아빠가 이렇게 보고 싶은 적은 없다. 처음에는 “형~우리 언제 집에 가~”라며 재촉하던 동생은 과자 한 조각을 손에 쥔 채 벌러덩 드러누웠다. 형은 “어른들이 빨리 다리를 놓아 엄마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며

“집을 떠난 날 아빠가 잘 갔다오라며 용돈을 쥐어줬는데…”라며 울먹였다.

수련원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거문초 장성기(59) 교장은 전날 6시간동안 산을 넘어 수항리 마을에 다녀왔다. 부모들에게 아이들의 안부를 전하기 위해서다. 장 교장은 “동네 전체가 흉측한 모습으로 변해 말이 아닐 정도로 엉망”이라며 “그래도 아이들 소식에 조금은 안심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수련원과 수항리는 평소에는 자동차로 15분 거리다.

먹고 자는 것은 별 문제 없지만 아이들에게 하루 해는 너무나 길다. TV로 영화를 보거나 평창군 교육청에서 지원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때우는 게 전부다. 18일 저녁에는 부모님께 드릴 편지를 돌아가며 읽다 설움이 북받쳐 울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장서리(13)양은 “밤에 잠도 오지 않고 그저 먼저 돌아간 아이들이 부럽다”며 “친구들과 뒤섞여 베게 싸움을 하는 것도 이젠 지쳤다”고 말했다.

수련원 관계자는 “아이들이 무사히 돌아갈 때까지 무상으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비 그치며 복구 활기

진부면에는 19일 이번 장마들어 처음 비가 그치면서 복구작업에 한층 속도가 붙었다. 산간마을에 구호물자를 나르는 산림청 헬기의 프로펠라 소리가 하루종일 귓가를 때렸고 36사단 공병대대를 비롯해 군인, 공무원, 자원봉사자 300여명이 피해 복구에 나섰다. 대피소에 머물던 주민들도 하나 둘 밖으로 나와 일손을 도왔다.

오후에는 진부와 정선을 잇는 59번 국도 일부구간이 임시 개통되는 등 점차 활기를 띠는 모습이었다. 김완기 진부면장은 “고립지역에 전기, 전화부터 연결하는 게 급선무”라며 “전염병 등 복구 이후의 상황에도 철저히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평창=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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