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노총 7층 회의실. 한노총은 긴급 회원조합대표자회의를 열어 수해복구지원단을 발족하고 비 피해 지역 지원을 위한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했다. 이용득 위원장은 “국가적 재난사태를 맞아 국민의 아픔을 같이하고, 이를 빨리 치유하기 위해 노동운동이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영등포구 영등포동 민주노총 건물 1층 기자회견장. 민노총의 기자회견에도 ‘긴급’이란 말이 붙었다. 하지만 내용은 달랐다. 수해 5일째를 강조한 한노총과 달리 민노총은 포스코 사태 7일째에 초점을 맞췄다. 조준호 위원장은 포스코 사태에 대한 정부와 경찰의 강경 대응을 맹비난하며 “건설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초부터 시작된 양대 노총의 노선 차별화가 수해와 포스코 사태를 계기로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올들어 비정규직 관련 법안 저지 투쟁 등 강경 노선을 고수해 온 민노총은 포스코 사태를 통해 정부와 사용자를 향해 대립각을 더욱 날카롭게 세웠다. 반면 대책없는 투쟁을 비판하며 합리적 노동운동을 강조해 온 한노총은 수해지역 복구에 눈길을 돌리며 온건 이미지를 굳혔다.
민노총은 이날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죽도동 ‘5광장’에서 노조원 6,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포스코 사태와 관련, 정부와 포스코를 규탄하는 영남노동자대회를 가졌다. 대규모 집회는 22일에도 예정돼 있다. 민노총 산하의 화물연대는 25일부터 공동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울산에서는 민노총 울산본부가 지역 노동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20여 사업장에서 3만여명이 참여하는 총파업을 벌였다. 현대차 등 자동차 3사 노조의 파업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시위까지 합치면 민노총의 여름은 투쟁의 계절인 셈이다.
반면 한노총은 18일 예정됐던 평양 방문까지 취소하며 수해 복구에 매달리고 있다. 2,000명 규모의 복구지원단을 꾸린 한노총은 전력, 정보통신, 의료산업 소속 조합원들을 수해지역에 보내 의료활동, 전자제품과 통신기기 수리 등을 지원키로 했다. 수해모금운동도 펼친다. 앞서 이용득 위원장은 정부와 손잡고 외자유치에 나서는 등 새로운 노동운동을 주장,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양 노총의 엇갈린 행보에 시민 반응도 달랐다. 대학생 김모(22)씨는 “수재민 돕기도 좋지만 같은 노동자가 절박한 상황에 몰려 있는데 나 몰라라 하는 건 너무하다”며 한노총을 비판했고, 회사원 홍모(34)씨는 “노동운동도 이제 여론에 귀 기울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며 민노총을 성토했다.
김일환 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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