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이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유력시되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위해 비공개 모금 행사를 개최한 사실이 밝혀져 관심을 끌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머독은 17일 자신 소유의 뉴욕 뉴스코프 본사 건물에서 힐러리 의원의 뉴욕주 상원의원 선거 출마를 위한 정치자금 모금 행사를 열었다.
하지만 머독 측은 이날 행사장에 뉴스코프 계열사인 폭스뉴스의 취재진조차 참석시키지 않았으며, 구체적 행사 시간과 장소 공개를 거부했다. 힐러리 의원도 이날 행사에서 머독과 함께 식사를 한 뒤, 뉴스코프 건물 로비가 아닌 옆문을 통해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주위에서는 이날 행사의 참가자 수, 모금 규모 등과 관련한 의혹이 일고 있다. 힐러리와 머독의 지지자들조차도 이번 행사 일정이 언제 발표됐는지, 비공개로 치른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냈다.
힐러리는 1998년 폭스뉴스 등 남편 클린턴 전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세력에 대해 ‘방대한 우익 음모단체’라고 비난하는 등 그간 머독과 불편한 관계였다.
머독 소유의 뉴욕포스트도 2002년 힐러리의 뉴욕주 상원의원 선거 출마에 반대하는 기사를 싣는가 하면 힐러리와 클린턴을 비방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게재한 바 있다. 그런 까닭에 지난 5월 초 파이낸셜타임스가 머독이 힐러리의 재선을 위한 정치자금 모금행사를 7월께 개최키로 했다고 보도했을 때, 주변 사람들조차 생뚱하다고 여겼었다.
하지만 정작 머독은 이날 행사에 대해 “넘쳐나는 힐러리 의원의 곳간에 약간의 돈을 보태줬을 뿐”이라고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머독은 이날 행사 후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열린 공화당의 차기 대선 후보군 중 한 명인 매케인 상원의원의 모금 오찬행사에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케인 의원은 힐러리에 맞설 유력한 대항마로 꼽히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사업가인 머독 회장이 차기 대선 고지에 가장 근접한 두 사람에게 보험을 든 것이 아니겠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성철기자 foryo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