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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림 3인' 상처입은 예술혼 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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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림 3인' 상처입은 예술혼 기리며

입력
2006.07.19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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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이른바 ‘동백림 간첩단 사건’으로 큰 상처를 입은 화가 이응노(1904~1989), 작곡가 윤이상(1917~95), 시인 천상병(1930~93)의 예술혼을 기리는 행사가 20일 오후 7시 이들이 수감 생활을 했던 서울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야외에서 처음으로 열린다.

이날 행사는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과 윤이상평화재단, 국회 동북아연구회가 마련한 자리로, 이응노의 작품을 인쇄한 현수막을 내건 가운데 윤이상의 음악을 연주하고 천상병의 시를 낭송하며 고인들을 회상하는 순으로 진행된다.

‘동백림 간첩단 사건’ 은 당시 유럽에서 활동하던 예술가와 학자, 유학생 등이 구 동독 지역 베를린의 북한 대사관을 드나들며 간첩 행위를 했다는 혐의로 체포된 사건이다. 그러나 국가정보원 과거사진실위원회는 지난 1월 이 사건이 박정희 정권에 의해 조작ㆍ과장됐다고 발표하면서 정부에 포괄적 사과를 권고했다.

세계적인 예술가로, 한국의 대표적 시인으로 꼽히는 이들의 삶은 이 사건 때문에 큰 굴곡과 고난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각각 베를린과 파리에서 활동하던 윤이상과 이응노는 한국으로 끌려와 옥고를 치르고 돌아간 뒤 다시는 조국 땅을 밟지 못했고, 국내에 있다가 사건에 연루돼 옥살이를 한 천상병도 모진 고문의 후유증으로 심신이 망가진 채 힘들게 살다 갔다.

그러나 이들의 예술혼은 감옥에서도 식지 않았다. 서대문형무소에 갇혀 있던 2년 반 동안 이응노는 끼니 때마다 밥풀을 모아 조각을 만들고 그림을 그리는 등 300여 점의 작품을 제작했으며, 2년 간 수감됐던 윤이상은 추운 겨울 옥방에서 꽁꽁 언 손을 입김으로 불어 녹여가며 오페라 ‘나비의 미망인’을 완성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윤이상의 첼로 연습곡 ‘돌체’와 가곡 ‘편지’, 천상병 시에 붙인 가곡 ‘귀천’을 백희진(첼로) 박연희(소프라노) 이광희(바리톤) 엄의경(피아노)씨가 연주하고, 천상병의 시 ‘새’를 시인 민영씨가 낭송한다.

김용태 민예총 회장, 박재규 윤이상평화재단 이사장, 유선호 국회 동북아연구회 대표의원 등 주최측과 관계자 외에 김명곤 문화관광부 장관도 참석할 예정이다. 유족 대표로는 천상병 시인의 부인 문순옥씨가 참석한다. 문씨는 “세 분이 살아계셔서 이 자리에 참석해 억울함을 풀면 좋았을 텐데, 마음이 아프다”며 “1월 국정원 발표 이후 지금까지 유가족에게는 사과나 보상 등 후속 조치에 관해 아무런 이야기가 없다”고 서운해했다.

이응노 화백의 부인 박인경씨는 파리에 살면서 한국을 오가고 있지만 윤이상의 부인 이수자씨는 남편의 완전한 명예회복과 정부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며 귀국을 거부하고 있다.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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