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서부에 라스베이거스가 있다면 동부에는 애틀랜틱시티가 있다. 카지노로 유명한 도시들이다. 라스베이거스는 못 가봤고 애틀랜틱시티는 세 번 가봤다. 세 번 다 환락과는 거리가 먼 방문이다.
그 중 두 번은 거기에 호사스런 콘도를 갖고 있는 의사 부부의 초대를 받아 며칠 묵고 왔다. 그 분들은 나보다 훨씬 위 연배로 건실한 성품이셨는데, 나를 카지노에 데려간 게 구경이나 시킬 뜻이었나 보았다. 슬롯 머신을 본 내가 자석에 이끌린 쇠붙이처럼 들러붙어 금방 40달러를 잃자 다시는 카지노에 데려가지 않았다.
또 한 번은 친척 할머니를 모시고 당일치기로 다녀왔다. 한 시간 남짓 거리의 그 곳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의 왕복 요금이 20달러였다. 버스에 오르니 열댓 명의 승객이 이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모두 백인 노인이었는데, 호기심에 찬 눈빛으로 수줍게 웃으며 우리를 바라보던 할머니들이 눈에 선하다.
공들인 화장에 귀고리와 목걸이도 하시고, 향수 냄새가 짙었다. 운전수가 3달러 짜리 식권과 3달러 어치 슬롯 머신 칩으로 바꿀 수 있는 쿠폰을 나눠줬다. 버스는 두 군데 더 들러 승객을 실었다. 승객들은 애틀랜틱시티의 한 카지노 호텔에 내려져 삼삼오오 흩어졌다.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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