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애틀랜틱시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애틀랜틱시티

입력
2006.07.19 00:00
0 0

미국의 서부에 라스베이거스가 있다면 동부에는 애틀랜틱시티가 있다. 카지노로 유명한 도시들이다. 라스베이거스는 못 가봤고 애틀랜틱시티는 세 번 가봤다. 세 번 다 환락과는 거리가 먼 방문이다.

그 중 두 번은 거기에 호사스런 콘도를 갖고 있는 의사 부부의 초대를 받아 며칠 묵고 왔다. 그 분들은 나보다 훨씬 위 연배로 건실한 성품이셨는데, 나를 카지노에 데려간 게 구경이나 시킬 뜻이었나 보았다. 슬롯 머신을 본 내가 자석에 이끌린 쇠붙이처럼 들러붙어 금방 40달러를 잃자 다시는 카지노에 데려가지 않았다.

또 한 번은 친척 할머니를 모시고 당일치기로 다녀왔다. 한 시간 남짓 거리의 그 곳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의 왕복 요금이 20달러였다. 버스에 오르니 열댓 명의 승객이 이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모두 백인 노인이었는데, 호기심에 찬 눈빛으로 수줍게 웃으며 우리를 바라보던 할머니들이 눈에 선하다.

공들인 화장에 귀고리와 목걸이도 하시고, 향수 냄새가 짙었다. 운전수가 3달러 짜리 식권과 3달러 어치 슬롯 머신 칩으로 바꿀 수 있는 쿠폰을 나눠줬다. 버스는 두 군데 더 들러 승객을 실었다. 승객들은 애틀랜틱시티의 한 카지노 호텔에 내려져 삼삼오오 흩어졌다.

시인 황인숙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