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뮤지컬계의 거센 반발 속에서 10월 28일 서울 잠실 샤롯데극장에서 개막하는 일본 시키(四季)의 초대형 뮤지컬 ‘라이온 킹’이 갖은 잡음에 시달리며 출발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공연 사상 최대의 제작비인 245억원이 들어가는 ‘라이온 킹’은 국내 최초의 뮤지컬 전용 대극장으로 롯데가 설립 운영하는 샤롯데극장 개관작으로 선정될 때부터 ‘문화침략’ 논란에 휩싸여 왔다.
오디션 지원자 극소수
‘라이온 킹’은 배우 모집부터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1일 이틀에 걸쳐 이루어질 ‘라이온 킹’ 오디션의 지원자는 불과 200여명. 지난해 ‘아이다’의 오디션 참가자가 560명이었고, 성남아트센터에서 공연중인 ‘미스 사이공’에 출연하기 위해 1,000여명의 배우가 몰린 것과 비교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라이온 킹’이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큰 성공을 거둔 대작 뮤지컬인데도 오디션 지원자가 적은 데는 국내 뮤지컬계의 반감이 크게 작용했다. 한국뮤지컬협회는 ‘라이온 킹’에 출연하는 국내 배우에 협회 회원사 작품 출연을 금지시키는 등 불이익을 주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가 일부의 반발로 철회했다.
‘라이온 킹’ 국내 공연에는 뮤지컬 1회 공연에 출연하는 배우의 평균치인 38명의 3배수에 해당하는 114명의 배우가 필요하다. 1년 이상의 장기 공연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혁진 시키 한국담당 매니저는 “시키 소속으로 일본에서 활동 중인 60명의 한국 배우와 오디션으로 선발된 배우들로 출연진을 구성해 무대를 꾸밀 계획이다”고 밝혔다.
다시 불거진 '밀약설'도 악재
아사리 게이타 시키 대표의 발언으로 ‘시키 - 롯데의 밀약설’이 다시 불거지면서 뮤지컬계의 반발에 기름을 부은 점도 ‘라이온 킹’에는 큰 짐으로 작용하고 있다. 게이타 대표는 15일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신격호 롯데 회장을 15년간 설득해 뮤지컬 전용극장을 만들었다. 이에 신 회장은 시키가 3년간 전용극장의 작품을 맡아 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샤롯데 측의 기존 주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언이다.
샤롯데는 “국내 제작자들부터 작품 제안서를 받아 심사한 결과 경쟁력 있는 시키의 ‘라이온 킹’을 낙점한 것”이라고 밝혀왔다. 이에 대해 설도윤 모티스 총괄 이사는 “국내 제작사는 선정 결과도 통보 받지 못했다. 국내 프로듀서들이 ‘요식 행위의 들러리를 섰다’며 배신감 느끼는 상태”라고 성토했다.
저가 티켓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시키는 “한국 뮤지컬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며 ‘라이온 킹’의 최고 가격을 9만원으로 책정했다. 국내 뮤지컬계는 “모든 제작사를 가격 거품의 주범으로 몰아세우면서 시장을 장악하려는 시키의 전략”이라며 경계하고 있다. 송한샘 쇼노트 이사는 “‘라이온 킹’ 일본 공연 티켓의 최고가는 10만원이 훨씬 넘는다“고 지적, “결국 저가 공세로 한국 시장을 잠식하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비판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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