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을 가꾸기 위해 베어낸 간벌목과 유실목 등 나무 쓰레기들이 수해 때는 댐 역할을, 산불 때는 기름 역할을 해 피해를 키우고 있다. 산 속에 쌓여있던 간벌목이 집중호우 때 떠밀려 내려와 산사태를 일으키고 교량에 걸려 물 흐름을 막아 역류케 하거나, 한꺼번에 터지면서 유량을 늘려 침수와 도로유실 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또 산불이 나면 바싹 말라있던 간벌목이 불쏘시개가 돼 화마를 크게 키운다는 지적이다.
강원 정선군 북평면 나전리 일대 국도 42호선은 이번 집중호우로 조양강이 범람하면서 18일까지 사흘째 전면 통제되고 있다. 주민들은 상류에서 간벌목과 유실목 수백여톤이 떠내려와 교각에 걸리면서 ‘일시적 댐’ 역할을 해 범람으로 이어졌다며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나무 쓰레기들이 좁은 계곡 등에 쌓여 거대한 댐을 이루다 물이 넘치면 한꺼번에 터져 나와 연쇄적으로 엄청난 피해를 주고 있다는 주장이다.
양양군 서면 오색리 오색천 수계의 다리 14개중 13개도 유실됐다. 옛날에 지은 다리라 교각 간격이 좁아 간벌목이 쉽게 걸리고 그 위로 바위 덩어리들이 쌓이면서 압력을 견디지 못해 휩쓸렸다. 주민들은 교량 유실이 상류지역에서부터 도미노처럼 차례로 일어났고 교량 유실 후 남아있는 교각과 주변에 통나무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점을 들어 나무 쓰레기를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다. 산림청은 지난해 18만2,300ha에서 숲 가꾸기(간벌) 사업을 벌였으나 간벌목 처리(현지분쇄, 이동)는 10~15%에 불과하다. 산림청 임상섭 숲가꾸기팀장은 “하천과 농경지, 주택으로부터 30㎙ 안쪽의 간벌목은 모두 처리하고 있으며, 나머지도 1,2년이 지나면 썩게 된다”며 “또 2㎙ 크기로 가늘게 자른 간벌목은 하류까지 가는 동안 잘게 부서져 힘을 못쓰기 때문에 교량과 가옥에 별로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강원도의 경우 수거비 때문에 발생량의 80% 이상이 산속에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주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간벌목이 폭우로 밀려 내려오다 나무에 걸리면 그 나무가 뿌리째 뽑히고, 이어 아래에 있는 나무들이 연쇄적으로 넘어지며 산사태를 일으킨다고 보고 있다. 관동대 토목공학과 박창근(47) 교수는 “2㎙크기의 간벌목은 엄청난 파괴력으로 가옥과 교량을 덮치고 있다”며 “방치된 간벌목은 하천범람과 교량붕괴, 산사태, 대형산불의 직접적인 원인인 만큼 급경사 지역이나, 불에 약한 침엽수림 지역에서는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춘천=곽영승기자 yskwa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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