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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한반도 안보 장마 끝내기

입력
2006.07.18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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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본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로 장대비 아니면 먹구름 낀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이 지리한 장마도 이 달 말쯤 강성해진 북태평양 고기압이 장마전선을 한만(韓滿) 국경부근까지 밀어붙이면서 끝나게 될 것이다. 하지만 한반도를 뒤덮고 있는 북한 핵ㆍ미사일 먹구름은 언제 걷히게 될지 기약이 없다.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안에 이어 G-8 정상들까지 이를 지지하고 나서는 등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은 강도를 더해가고 있는데 북한은 여전히 “자위적 전쟁 억제력을 백방으로 강화하겠다”고 큰 소리다. 지금 한반도 상공의 안보기상도는 전혀 예측을 불허한다.

●미국 융통성 발휘해야

이 불길하고 겁나는 먹구름을 걷어낼 방법은 없는가. 어려워 보이지만 의외로 쉬울 수도 있는 길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미국이 먼저 융통성을 보이는 것이다.

강자와 약자의 싸움에서 강자가 아량을 보이기가 더 쉬운 법이다. 북한이 약자냐는 반론이 있겠으나 당랑거철(螳螂拒轍), 수레 앞에 버티고 서 있는 사마귀 아니겠는가. 북한이 백 배 천 배의 보복 공격을 말하고 있으나 북한의 군사력을 뒷받침하는 경제력을 감안할 때 침 한방 쏘고 나면 죽게 되는 벌과 같다.

유엔 대북결의안이 채택된 지금은 미국에 훨씬 유리한 판이 조성되었다. 중국과 러시아가 찬성했고 한국 정부도 유엔 결의를 지지함으로써 미국의 대북 압박력은 훨씬 커졌다.

그 동안 북한을 편드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샀던 중국과 한국, 러시아가 적어도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과 같은 목표를 갖고 있음이 명백해졌다. 여기서 미국은 북한이 그렇게 목매어 하는 금융제재에 대해 융통성을 보여줄 수는 없을까. 명분을 중시하고 자존심이 강한 북한이다. 6자회담에 복귀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명분 거리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과거 북미 관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북한은 미국과의 대결보다도 미국의 무시나 무관심을 더 두려워하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번의 미사일 발사 강행도 난폭하긴 했으나 북미 양자회담 테이블에 나오라는 대미 초청장이었다. 미국이 수신을 거부하고 유엔안보리로 넘기는 바람에 강도 높은 대북 결의라는 원치 않은 손님을 불어들이긴 했지만.

한반도 상공의 안보 먹구름을 걷어내는 또 하나의 길은 북한이 변화하는 것이다. 지금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할 경우 당장은 굴복하는 모양이 된다.

하지만 일단 6자회담이 재개되면 상황이 북한에 불리하게만은 전개되지 않을 것이다. 중국과 한국, 그리고 러시아는 김정일 체제의 유지를 전제로 회담을 끌고 갈 수밖에 없다. 러시아는 조금 다를 수 있지만 중국과 한국은 김정일 체제가 갑작스럽게 붕괴하는 상황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두 나라는 그 상황을 감당할 능력이 없다. 북한은 6자회담 밖에 있으면 5 대 1, 혹은 전 세계 대 1의 절대적 수세로 몰린다. 하지만 6자회담 안에 들어오면 미국과 일본이 강경해도 한국과 중ㆍ러의 지원으로 4 대 2의 유리한 구도 속에서 협상을 끌어갈 수가 있다.

●6자회담 복귀 북에 유리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런 판세를 읽는다면 어떤 계기를 잡아서 전격적으로 6자회담 복귀를 선언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에게는 내부 사정이라는 또 다른 변수가 있다. 국제적 압력에 굴복하는 모양이 되면 내부 결속을 위한 선군정치 구호에 중대한 차질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 동안 북한 설득에 힘써왔던 중국과 한국의 역할이 다시 중요하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강행을 막지 못함으로써 두 나라의 대북 영향력에 한계가 드러났다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유엔 대북결의안 채택 이후 형성된 새로운 판에서 여전히 두 나라의 역할이 필요하다. 에너지와 식량 지원으로 북한에 대해 실질적인 지렛대를 갖고 있는 나라는 중국과 한국뿐이다. 이 지렛대를 만지작거리면서 미국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설득력을 발휘할 때이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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