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유엔 결의안 통과 이후 정부의 대북정책이 ‘모호성 전략’으로 일관되면서 적지 않은 논란을 빚고 있다. “국내 강경 대북여론과 한미공조를 의식하는 동시에 남북대화의 끈을 유지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라지만 그 실효성을 우려하는 시각 역시 만만찮기 때문이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18일 KBS 라디오에 출연, 차기 장관급 회담 개최 여부에 대해 “현 단계에서 조기 개최한다거나 하는 방법을 쓰지 않고 있지만, 필요하다면 장관급 회담 실무대표접촉도 할 수 있고 다른 채널을 활용할 수도 있다”고 애매하게 답했다.
이 장관은 또 8ㆍ15 평양 남북 공동기념행사와 관련, “아직 어떤 것도 결정한 바 없다”면서도 “저희들도 할 얘기가 있어서”라고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할 얘기’에는 6ㆍ15 기념행사 전후 한나라당 비난 발언을 한 안경호 북한 조국평화통일위 서기국장의 단장 선임 문제를 따지겠다는 뜻이 담겨 있지만, 모호하기는 마찬가지다.
9월 중 평양에서 열기로 합의된 남북 경제협력추진위 13차 회의 참석 여부도 정부는 “차분하고 침착하게 검토하겠다”, “아직 아무 것도 결정되지 않았다”고 답할 뿐이다.
정부의 판단에는 유동적인 정세에 대한 고민도 담겨 있다. 정부는 내부적으로 8ㆍ15 행사나 9월 경추위 회담 전에 지금의 대결상황이 해소국면에 접어든다면 남북대화를 대북 설득의 지렛대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긴장상태가 지속된다면 여러 행사 참여가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따라서 정부가 미리 구체적 입장을 천명함으로써 향후 운신의 폭을 스스로 좁힐 필요가 없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미 수세에 몰려 예민해져 있는 북한을 쓸 데 없이 자극하지 않는 게 현 상황을 푸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도 깔려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같은 모호성 전략으로는 자칫하다 양쪽 모두로부터 따돌림 당하는 상황이 초래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정부가 여론의 향배와 북한을 의식해 줄타기를 하고 있지만, 북한이 계속해서 대화를 거부하면 강경세력은 결국 정부의 모호한 태도를 집중 비난하는 상황이 올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반면 인도적인 쌀 지원 중단에 이어 유엔 결의안 찬성, 5자회담 개최까지 압박 일변도의 정책을 펴는 것 역시 북한을 궁지에 몰아 강경대응을 유도할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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