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천 제방 붕괴로 침수 피해를 입은 서울 양평 1,2동 주민들이 집단 소송을 제기한다면 둑 붕괴가 부실 공사 및 관리 소홀에 따른 인재(人災)인지, 예상치 못한 폭우로 인해 발생한 천재(天災)인지 여부를 가리는 게 핵심 쟁점이다. 인재로 인정된다 해도 피해 정도가 얼마인지 스스로 입증하지 못하면 많은 보상을 기대하기 힘들다.
붕괴된 안양천 둑은 지하철 9호선 공사를 위해 한차례 허물었다가 복구한 것으로 공사 후 2개월 만에 무너져 내렸다. 주민들은 이를 근거로 이번 피해가 부실 공사와 허술한 관리 탓에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인재로 인정한다면 시공사나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서울시 등이 당연히 손해배상을 해줘야 한다.
서울중앙지법은 올해 1월 연천댐 부근 홍수로 피해를 본 주민들이 시공사와 경기도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시공사는 비상수로 등을 만들지 않은 책임이 있고 지방자치단체는 허술하게 관리, 시공을 승인한 잘못이 있으므로 원고에게 200만~3,400만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문제는 배상 액수다. 폭우로 인한 손해 액수를 입증할 책임은 원고인 수재민들에게 있기 때문에 이를 명확히 감정해 청구하지 못하면 인정받지 못하고,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만을 배상 받을 가능성이 높다. 올해 1월 서울중앙지법은 1998년 우이천이 범람해 피해를 입었다며 석관동 주민들이 서울시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재산상 피해에 대해서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다만 원고 1인에게 각각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200만씩만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이 안양천 둑이 시공에 잘못이 없고 서울시가 관리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고 판단한다면 당연히 배상을 받기 힘들게 된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12월 2002년 태풍 피해를 본 강원 정선 주민들이 도암댐을 관리하는 한국수력원자력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주민들이 수해를 입은 건 사실로 인정되지만 홍수는 극히 드문 경우인 많은 강우량과 하천의 지형 탓에 발생한 불가항력적인 것”이라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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