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 년 전, 친척 할머니를 모시고 미국에 사는 언니한테 놀러간 적이 있다. 할머니는 친딸처럼 사랑하던 언니를 보고 싶어 미국에 간 거지만, 관광도 워낙 즐기셨다.
그래서 내가 에스코터로 차출돼 나이아가라 폭포도 가고 애틀랜틱시티도 가게 됐다. 나이아가라는 뜻밖에 흡족했다. 폭포도 장관이고, 주위 동네가 가슴 뭉클할 정도로 마음을 끌었다. 유명한 관광지 같지 않게 무심히, 서늘한 아름다움을 풍겼다.
다시 오게 될 것 같은 예감으로 산 지도를 지금도 서랍 속에 간직하고 있다. 나이아가라에서 묵은 곳이 ‘홀리데이 인 호텔’이었는데, 다른 건 다 멀쩡하게 생겼는데 객실에 냉장고가 없어 이상했다. 복도에 비치된 아이스 박스에서 얼음을 꺼내왔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그 보다 몇 년 전에 혼자 언니네 갔을 때는 거의 동네에만 있었다. 어디를 데려가도 내가 피곤한 표정을 지으니 언니가 몹시 언짢아 했다. 내가 즐거이 간 유일한 곳은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해산물 전문 레스토랑 ‘레드 랍스터’였다. 그립구나, 이렇게도 요리하고 저렇게도 요리한 바다가재와 게를 망치와 끌과 가위를 써서 게걸스레 먹던 ‘레드 랍스터’.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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