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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법조 비리와 법조계의 동류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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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법조 비리와 법조계의 동류의식

입력
2006.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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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사람들을 만나보면 첫 인사가 연수원 몇 기, 고시 몇 회라는 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다반사다. 이 기수를 중심으로 법조인들은 서열화되고, 법조사회는 수직적 구조를 갖는 동류집단이 된다. 그리고 법조인들의 이러한 동류의식은 고시 패스의 엘리트 의식과 합쳐지면서 어느 집단의 그것보다 강한 결속력을 지니게 된다.

●감독기관도 ‘제 식구 감싸기’

요즘 대형 법조비리 사건들이 터져 국민을 아찔하게 만들고 있다. 현직 판사와 검사 등이 법조브로커의 갖가지 청탁을 들어주고 금전적 이익이나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이야기다.

특히 브로커 청탁 성공률이 90%라는 검찰 발표는 설마 하는 마음을 절망으로 바꿔놓기에 충분하다. 의정부, 대전, 춘천 법조비리가 국민들의 마음을 어둡게 한 것도 오래 전 이야기가 아니고 보면 분명 한국형 법조비리는 법조인의 윤리의식에만 맹목적으로 기댈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원인을 갖고 있는 문제임에 틀림없다.

우선 대법원이나 검찰, 변협 등 법조비리 감독기관들 자체가 이의 발본색원 의지보다는 항상 제 식구 감싸기 식의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해온 것이 이 땅의 법조비리를 키웠다고 믿는다. 특히 법원의 경우 문제를 일으킨 법관이 사직만 하면 더 이상의 비리 조사를 하지 않고 사건을 마무리했다. 검찰도 마찬가지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법조비리에 연루돼도 사직 후 변호사 개업을 하면 되지 않느냐는 안이한 생각이 법조사회에 은연중에 펴졌다. 법원에서 최종적인 징계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방변호사회가 비리 관련 법관의 변호사 등록을 별 문제없이 받아주는 관행도 법조비리 지속에 한몫을 했다. 법복까지 벗었으니 그만하면 되지 않았느냐는 안이한 온정주의가 힘을 쓰는 대목이다.

문제는 주말도 없이 사무실에 나와 판결기록을 읽고 판결문을 다듬으면서 묵묵히 청렴한 법관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대다수의 선량한 판사들까지 국민들로부터 곱지않은 시선을 받을 수 있다는데 있다.

이런 정직한 법관들을 위해서라도 대법원은 일단 징계 절차가 개시되면 징계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사직이 불가능하도록 사표 수리를 보류해야 한다. 일벌백계의 자세로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 비리가 있을 경우 중징계를 내려야 한다. 그리고 변협은 이런 비리 법관들에 대한 변호사 등록을 절대로 받아주어서는 안 된다.

●법조인 양성제도 개혁해야

우리 법조비리의 근원적 원인은 결국 ‘기수’ 문화를 매개로 법조사회에 만연해 있는 법조인들끼리의 깊은 동류의식에 있다고 믿는다. 솜방망이식 처벌도 여기서 나온다.

변호사가 많아 변호사들끼리의 감시와 경쟁이 살아있고 사법연수원이라는 법조인 전원훈련소가 없는 미국에는 법조인들 사이에 온정주의적 동류의식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법조 비리 전문변호사가 있어 법조비리 사건에 대한 저격수 노릇을 톡톡히 한다. 법조비리 척결의 근원적 해결책이 법조인 양성제도 개혁과 맞닿아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임지봉 서강대 교수ㆍ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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