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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현 교수의 빛으로 보는 세상] 백열전구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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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현 교수의 빛으로 보는 세상] 백열전구의 추억

입력
2006.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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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하는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1847~1931)을 생각하면 축음기, 전구, 영사기 등이 떠오른다. 이 중 인류에 가장 큰 공헌을 한 발명을 묻는다면 필자는 백열전구(白熱電球)를 꼽고 싶다. 백열전구는 발명된 지 100년이 지났지만 오늘날에도 우리 생활의 곳곳을 밝히고 있다.

백열전구는 둥그런 유리구 내에 꾸불꾸불한 필라멘트가 지지대와 도입선에 의해 고정되어 있다. 전원을 켜면 필라멘트는 자체 저항에 의해 섭씨 2,600도 정도로 달구어진다. 고온의 물체는 항상 빛을 방출하는데 이를 열복사(熱輻射)라 한다.

이 때 빛의 색깔은 물체의 온도에 달려있다. 뜨거운 용광로 안의 쇳물이 내는 빛은 온도가 높을수록 붉은 색에서 흰색으로 바뀐다. 수천 도의 온도를 잴 수 없던 옛날에는 쇳물 빛의 색깔로 온도를 추정했다. 백열전구도 마찬가지다. 필라멘트의 온도가 낮으면 주로 빨간색 빛이 방출되지만 온도가 올라가면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색이 전부 섞여 있는 노란색 계통의 빛으로 바뀐다.

백열전구는 필라멘트의 온도가 높을수록 더 많은 빛을 내기 때문에 오늘날에는 높은 온도에 견디는 텅스텐 필라멘트를 사용한다. 텅스텐의 녹는점은 무려 섭씨 3,410도나 된다. 그러나 텅스텐 필라멘트도 고온에서 증발해 수명이 줄어든다. 증발을 막기 위해 보통 질소나 아르곤과 같은 가스를 전구 안에 봉입한다.

에디슨이 백열전구를 발명한 초기부터 텅스텐 필라멘트가 쓰였던 것은 아니다. 에디슨은 종이나 대나무 등 각종 섬유를 태워 수백 종류의 탄소 필라멘트를 끊임없이 테스트했다.

1879년 10월 22일 그의 멘로파크 실험실에서는 무명실을 탄화(炭化)하여 얻어진 탄소 필라멘트가 진공 유리구 내에서 빛을 내며 무려 14시간 30분을 버티었다. 본격적인 인공조명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1910년 미국의 쿨리지가 텅스텐을 가늘게 뽑아내는데 성공하면서 각종 탄소 필라멘트는 텅스텐 필라멘트로 교체됐다.

백열전구의 개념은 이전에도 널리 알려져 있었다. 1860년 영국의 조지프 스완도 탄소 필라멘트를 시도했다. 에디슨이 발명한 것은 장시간 버티는 필라멘트의 재질과, 전기를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전기 조명 시스템’이었다. 그는 기업자본의 재정을 끌어들여 현대적인 의미의 연구실을 운영했고, 전구뿐 아니라 발전기, 도선 및 절연체 등 조명 네트워크의 각 요소를 실험했다.

한 세기 넘게 밤을 풍미해 온 백열전구지만 오늘날에는 퇴조기에 접어든 듯 하다. 무엇보다 전기에너지의 불과 5%만을 빛으로 바꾼다는 점이 단점이다.

오늘날에는 백열전구보다 발광 효율이 5배 뛰어난 형광등이 안방을 차지했고 최근에는 발광다이오드(LED) 방식의 조명이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렇지만 필자의 어린 시절 앞마당의 한 켠에서 노란색 따뜻함으로 어둠을 밝혀 주던 백열전구에 대한 아스라한 기억은 영원한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고재현 한림대 전자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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