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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돈 안되는 프리미엄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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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돈 안되는 프리미엄 어쩌나

입력
2006.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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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저가폰 시장에 뛰어 들어야 하지만 지금까지 고수해 온 프리미엄 이미지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14일 삼성전자가 3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 매출 14조1,100억원, 영업이익 1조4,200억원의 2분기 실적을 발표하자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프리미엄 전략으로 고가 휴대폰만 고수하고 있는 삼성전자 정보통신 총괄의 실적 부진이 결국 삼성전자의 전체 실적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로 2분기 삼성전자의 5개 사업 부문 중 매출이 전분기 대비 감소세를 보인 곳은 정보통신총괄밖에 없다.

LG전자 휴대폰 부문도 1분기 적자로 전환한 데 이어 2분기에도 흑자로 돌아서긴 힘들 전망이다. 프리미엄 제품인 ‘초콜릿폰’의 해외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이로 인한 마케팅 비용의 증가가 실적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휴대폰의 간판 기업들이 ‘프리미엄의 늪’에 빠져 허덕이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휴대폰 시장 1, 2위를 달리고 있는 노키아와 모토로라는 최근 저가폰 시장을 집중 공략하며 시장 점유율을 크게 높여가고 있다. 반면 프리미엄 전략만을 고수해 온 삼성전자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뒤늦게 프리미엄 전략을 따라간 LG전자도 여전히 실적이 저조한 상태다.

노키아는 올해 1분기 매출이 지난해보다 29% 늘어난 11조2,000억원, 영업이익은 1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모토로라의 올해 1분기 휴대폰 사업부문 매출도 지난해보다 45% 늘어난 6조원, 영업이익은 6,600억원을 올렸다. 그러나 삼성전자 정보통신 부문은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5% 줄어든 4조5,900억원의 매출액과 45% 감소한 4,6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데 그쳤다. 특히 2분기 매출은 더 떨어져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한 4조2,800억원의 외형과 23.6% 하락한 4,1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나타냈다. LG전자는 1분기에 매출이 전분기 대비 24.8% 감소한 1조8,428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아예 전분기 1,975억원의 흑자에서 309억원의 적자로 전환했다.

부진한 실적은 시장점유율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노키아는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1분기 30.9%에서 올 1분기엔 32.8%, 모토로라는 같은 기간 16.5%에서 20.1%로 각각 증가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14.1%에서 12.7%로 오히려 떨어졌다. LG전자는 6.5%에서 6.8%로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세계 휴대폰 시장이 연간 20% 안팎의 고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분발해야 할 상황이다.

노키아와 모토로라의 매출 및 점유율 확대는 전세계에 동일한 모델의 저가폰을 대량 공급하며 중국과 중남미 인도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에서 좋은 실적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고가폰 위주의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해온 삼성전자는 고가폰 가격이 갈수록 떨어지는 반면 저가폰 모델은 부족,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로선 프리미엄 전략을 포기할 수도 없는 처지이다. 고가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당할 수도 있고 휴대폰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다른 디지털 TV나 가전 제품으로 확산시켜 높은 가격을 받겠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또 다른 전략이기 때문이다. 주우식 삼성전자 전무도 14일 기업설명회를 통해 “사실 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높은 가격을 받고 제품을 팔 수 있었느냐”며 “휴대폰의 프리미엄 전략은 다른 부문에도 긍정적 효과를 주고 있다”고 밝혔다. 주 전무는 이어 “저가폰을 많이 판다고 반드시 이익이 난다고 볼 수도 없는 것”이라며 “다만 10만원 이상의 저가폰에 대해서는 선별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전략의 역발상 패러다임’ 보고서에서 ‘최첨단 기능을 갖춘 휴대폰을 비싼 가격에 판다’는 한국 업체의 전략이 더 이상 세계시장에서 통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2004년 노키아가 값싼 단말기로 점유율을 높일 때 국내 업체는 ‘최후의 몸부림’이라고 평가절하했지만 지금 그 결과는 노키아의 승리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어 “노키아와 모토로라는 상황 변화에 적극 대응해 시장을 장악한 반면 한국 업체는 ‘첨단의 늪’에 빠져 과도한 투자로 위기를 맞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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