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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에 물난리/ 빗물·생쌀로 3일째 연명 "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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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에 물난리/ 빗물·생쌀로 3일째 연명 "살려주세요"

입력
2006.07.17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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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이 말라요, 배가 고파요…. 제발 살려주세요!”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삶의 터전을 쓸어버린 폭우는 그쳤지만 재앙은 다른 모습으로 똬리를 틀고 있다. 3일째 구조의 손길이 닿지 못한 강원 일대 고립지역 주민들은 빗물과 생쌀, 생감자로 연명하고 있다. 전기도, 전화도 끊겼다. 칠흑 같은 밤은 공포 그 자체다. 이들은 살아 남기 위해 급류로 변한 길을 헤치고 사지(死地)를 빠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먹을 것만 구하면 이내 ‘사지’로 돌아간다. “마을엔 아직 사람들이 있어요. 제가 안 가면….”

17일 오전 강원 인제군 덕적리로 향하는 길목이 사람들로 왁자하다. 그러나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다. 길은 온통 물바다다. 67가구가 사는 덕적리는 15일부터 고립됐다.

저만치 사람이 보였다. 귀신에 홀린 듯 흙칠갑을 한 장년 8명이 산에서 내려왔다. 전날 덕적리로 들어갔던 119구조대원과 함께 3시간 동안 겹겹의 산을 넘어 왔다. “아이고, 살아있네.” 기다리던 사람 틈에서 안도의 탄성이 터지자 살아 돌아온 이들의 하소연이 이어졌다. “말도 마소. 집이고 뭐고 다 쓸려가서 밭에 묻힌 감자 캐 먹고 있는데 이젠 그마저도 없소.”

덕적리를 빠져 나온 안타까운 사연은 이어졌다. 최용기(58)씨는 “비가 그치길래 창고 터에 마누라 두고 나왔어요. 빵이랑 물이랑 지고 다시 올라갈 참이요”라고 했다. 부인은 구조대가 구할 테니 가지 말라 말려도 소용없다. 그는 “우린 형편이 나아요. 갓난아기랑 노인들은 당장 식수와 식량이 공급되지 않으면 큰일나요”라며 발걸음을 서둘렀다.

덕적리에서 실종된 인원은 현재 확인된 것만 4명이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수십명의 생사를 모른다고 했다. 김인정(44)씨는 “라디오에서 우리 동네 얘긴 나오지도 않더라”며 “덕적리는 밤만 되면 귀신이 나올 것 같은 죽음의 마을로 변했다”고 소리쳤다. 하지만 복구작업은 더디고 헬기 구조활동조차 날씨 때문에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평창군 사정도 매한가지다. 고립지역에서 읍이나 면 소재지로 나오려면 3~7시간이나 걸리는 데다 곳곳이 물에 잠기고 길이 끊어졌다. 그래도 사람들은 오지 않는 구조대를 기다리느니 고립지역 탈출을 감행하고 있다.

경기 의왕시의 명지외고 학생과 교사, 학부모 등 56명은 MT를 가던 중 15일 산사태가 나는 바람에 오도가도 못하는 처지가 됐다. 이들은 다행히 농가 1채를 찾아 묵었고 식수는 슈퍼마켓에서 생수를 구했다. 하지만 생수가 하루 만에 떨어져 빗물을 받아먹다가 17일 오후 3시간을 걸어 진부면으로 빠져 나왔다. 교사 이순일(47)씨는 “젊은 사람은 걸어 나왔지만 노인들은 엄두도 못 내겠다”고 걱정했다.

마평리에서 빠져 나온 박덕규(35)씨는 “15일부터 휴가 온 여동생 가족까지 9명이 촛불만 켜고 지냈다. 더 안쪽에 있는 동네 사람들은 꼼짝달싹 못한다고 하더라”라고 했다. 그는 생수와 빵 등을 한아름 품고 다시 마을로 돌아갔다.

2차 폭우 피해에 대한 걱정도 사라지지 않았다. 면 중심부에 사는 박옥기(60ㆍ여)씨는 “흙탕물이 흘러와 없던 하천이 생겼는데 이 물을 막기 위해 가족이 나서 모랫둑을 쌓고 있다. 또 쓸려갈까 무섭다”고 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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