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 문제를 놓고 열린우리당 내부에서 미묘한 시각 차가 드러나고 있다. 특히 김근태 의장과 ‘친 정동영 계’ 인사들 사이에 차이점이 뚜렷해지고 있어 당청 관계가 새로운 당내 갈등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계급장을 떼고 대통령과 토론하자”고 말했던 김근태 의장은 요즘엔 가급적 대통령과의 충돌을 피하려 하고 있다.
김 의장의 처신에 대해 찬ㆍ반 양론이 있지만 당내에서는 “당이 좀더 치고 나가야 한다”는 비판의 소리도 적지 않다. 당ㆍ청 협력 기조에 대한 불만은 주로 정동영 전 의장과 가까운 의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양측의 견해 차는 우선 김병준 교육부총리 내정자 문제에서 나타났다. 김 내정자 지명 움직임에 대해 당내 반발이 확산되고 있었을 때 김 의장은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며 제동을 걸었다.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노 대통령과 단독 회동을 했을 때도 김 내정자에 대한 당내의 부정적 기류를 전하지 않았다. 이에 정 전 의장과 가까운 김한길 원내대표 등은 강한 불만을 터트렸다. ‘김병준 카드’ 반대 의사를 노 대통령에게 전해줄 것을 수차례 요청했는데도 김 의장이 청와대 비서실장에게만 간접적으로 전했을 뿐이라는 문제 제기였다.
정책 기조 수정 문제에서도 입장 차가 드러나고 있다. 정 전 의장과 가까운 의원들 중 다수는 “국민에게 심판을 받은 만큼 경기부양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김 의장측은 “인위적 부양은 옳지 않다”며 청와대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부동산 세제 문제에서도 상당수 여당 의원들이 “보유세 경감 등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김 의장은 “부동산 정책 기조를 바꿀 수는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김 의장측은 ‘여권이 어려울 때 당청 갈등이 지나치게 불거지면 당과 청와대가 공멸하게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하지만 김 의장의 당 운영 방식에 반대하는 의원들은 청와대ㆍ정부와의 차별화를 통해 당이 우위에 서는 모습을 보여야 여당이 부활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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