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등으로 인한 공산품가격 상승 우려 속에 전국적인 수해로 농산물 가격 상승 압력까지 더해져 하반기 물가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15일부터 시작된 중부지방 집중호우로 강원 지역의 교통이 마비되면서 17일 현재 고랭지 배추와 채소 수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농산물 도매업체들은 강원 지역 농산물의 물량을 확보하는데 비상이 걸린 상태다. 농림부 관계자는 “현장 접근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 정확하게 어느 작물이 어느 정도의 피해가 있는지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며 “피해상황을 집계한 뒤 수송문제를 빨리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장마가 계속되면서 이미 지난 주부터 농산물 소비자가격은 상승세를 탔다. 농협하나로클럽 양재점에 따르면 지난 주 대파는 주산지인 전북 부안지역에 이어 경기지역에도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한 단에 1,190원으로 전주보다 33.7%(300원)나 뛰었고 무도 개당 1,620원으로 17.4%(240원) 올랐다. 상추, 감자, 오이, 배추, 참외 등도 10% 안팎의 오름세를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연휴 동안 전국적으로 쏟아진 집중호우는 농산물 값에 더욱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농산물 가격 상승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장마철 채소ㆍ과일에 대한 수요 자체도 떨어져 가격 상승폭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농산물 외에도 물가상승 압박은 전방위에서 진행되고 있다. 중동지역에 전운이 감돌면서 두바이유 가격이 이 달 들어 배럴당 평균 70달러를 돌파한데 이어 지난달 원재료ㆍ중간재 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7.7%나 급등, 1년 반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이런 상황은 금리 추가 인상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진 한국은행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소비재 가격이 상승하고 농산물 가격까지 들썩이는 물가불안 요소만을 생각하면 금리인상의 필요성이 더 커진 셈이지만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물가상승 우려와 함께 하반기 경기 하향 가능성 또한 높아졌기 때문이다. 금리를 올릴 경우 경기를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상반기에는 유가가 높아도 환율하락 폭이 커서 그만큼 유가상승의 압박을 상쇄시켜주었지만, 지금은 환율이 안정세로 접어들어 유가상승의 영향이 고스란히 국내 경제에 반영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하반기 물가관리에 적신호가 켜진 것은 사실”이라며 “조만간 관련 기관들이 논의해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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