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8(서방선진 7개국+러시아) 정상회의가 17일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사흘간의 일정을 끝내고 막을 내렸다.
이번 회의는 처음부터 중동문제와 북한 미사일 사태의 먹구름에 가려 에너지 안보와 질병 예방, 교육 등 3대 공식의제는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최대 이슈였던 중동문제도 획기적 해결방안과 거리가 먼 미봉책의 성명만 채택되는 선에서 봉합됐다. 외신들은 G8 정상회의가 소리만 요란한 채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는 비판적인 평가를 내렸다.
G8 정상들은 16일 중동문제를 논의한 뒤 성명을 통해 “지금의 위기는 극단주의 세력이 지역의 안정을 깨고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레바논 국민들의 민주주의와 평화 열망을 좌절케 하려는 시도에서 비롯됐다”며 “가장 시급한 것은 폭력이 중단될 수 있는 조건들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명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양측의 자제를 촉구하는 선에서 그쳤다. 헤즈볼라에는 납치한 이스라엘 군인들의 무사 석방과 이스라엘 영토에 대한 로켓포 공격 중단을, 이스라엘에는 군사작전 중단과 가자지구로부터 조기철수, 팔레스타인 정부의 각료와 의원들의 석방을 각각 요구했다.
당초 미국은 성명에 헤즈볼라의 후원세력으로 이란과 시리아를 적시하고, 러시아와 프랑스는 이스라엘의 과도한 무력사용 문제를 지적하려 했다. 그러나 논의 끝에 ‘극단주의’라는 포괄적인 용어로 수위를 낮추는 선에서 절충이 이뤄졌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로 인해 성명 발표 후 미국과 러시아ㆍ프랑스는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성명을 해석하며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회의의 관심이 중동문제와 북한 미사일 사태로 쏠리는 바람에 에너지 안보 등 공식 의제와 무역협상, 이란핵 문제, 미국이 제기한 러시아의 민주주의 문제점 등은 옆으로 밀려 버렸다.
정상들은 에너지 안보에 대해 “국가들간 협력이 필요한 사안으로 국제 에너지시장은 투명과 효율성에 따라 작동돼야 한다”는 원칙론적인 성명을 채택하는데 그쳤다. 또 예정된 시한을 2년이나 넘긴 채 교착상태에 빠진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을 한 달 내에 타결하도록 새로운 시한을 설정했다. 그러나 당장 협상의 최대 걸림돌인 농산물 관세 및 농업보조금 문제에 대한 아무런 약속 없이 G8이 새로운 시한만 제시한 것은 효과가 없을 것이란 부정적인 분석이 잇따랐다.
이란 핵 문제는 기존의 우려를 표명하는 선에서 그쳤고,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단단히 벼렀던 러시아의 민주주의ㆍ인권 문제는 미ㆍ러 양자회담에서만 언급됐을 뿐 정작 G8회의에서는 장막 뒤로 사라졌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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