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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의 가상 인터뷰-대화] <20> 박정희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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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의 가상 인터뷰-대화] <20> 박정희①

입력
2006.07.17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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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朴正熙ㆍ1917~1979).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아버지. 1961년 5ㆍ16 군사쿠데타를 지휘하여 권력을 잡은 뒤, “군으로 다시 복귀하겠다”는 민정 불참 약속을 몇 번씩 번복하다가 예편, 62년에 대통령 권한대행 및 내각 수반을 맡았다. 박정희는 비밀리에 사전 조직된 민주공화당의 후보로 나서서 63년 대통령으로 당선된다.

36년 대구사범학교를 졸업하고 문경소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던 그는 군인이 되고자 하는 일념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한다. 일본 관동군이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던 괴뢰국 만주의 군 엘리트 양성기관인 신경의 만주군관학교 예과를 우등으로 졸업한 그는 일본육군사관학교 본과 유학생대로 진학하여 44년 4월 졸업한 뒤 견습 군관 생활을 마치고 그 해 7월에 ‘황군 소위’로 임관되었다. 박정희는 46년 5월이 되어서야 미군 LST를 타고 중국 천진으로부터 부산에 도착했다.

그는 다시 육군사관학교의 전신인 조선경비사관학교에 들어가서 2기로 졸업한 다음 대위로 임관했다. 48년 여순사건 직후 남로당 가입 혐의로 군 수사당국에 체포된 박정희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으나 지휘관의 확인 과정에서 형 집행정지로 풀려났다. 옷을 벗은 박정희는 육군본부 정보국에서 무급 문관으로 근무하다가 6ㆍ25가 터지자 현역에 복귀하였고 53년에 장군으로 진급하였다.

미국 정부는 때로는 노골적으로 때로는 은밀하게 남한 정치에 개입해 왔고, 때로는 묵시적 방조를 통해 남한 현대사의 비극을 초래해왔는데 79년 가을 박정희 정권의 붕괴 시점에서는 은밀한 개입 내지는 묵시적 방조의 방식을 취했다.

오늘날의 해석에 의하면, 미국이 이런 방식으로 박정희를 제거하기로 결정하게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유신체제라는 영구 집권체제가 아래로부터의 민중적 도전에 의해 흔들리자 결과적으로 한반도에서 현상적으로 유지되고 있던 미국의 이익이 침해 당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미국 정부가 갖고 있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박정희가 장거리 미사일 및 핵무기 개발을 시도하자 이로 인해서 한미 관계가 극도로 악화된 것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재현(이하 현) 각하, 안녕하십니까. 따님의 승리를 축하드립니다. 따님이 밀던 분이 이번에 한나라당 새 대표가 되었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도로 민정당’이라고들 하지만 내 생각에는 ‘도로 공화당’인 것 같습니다.

박정희 임자, 임자는 날 존경하지도 않으면서 왜 각하라고 부르나? 김대중 전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은 그냥 DJ, 노무현 그렇게 부르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현 제게 익숙한 호칭이어서 그렇습니다. 제가 국민학교 다니던 시절 박정희 대통령이란 말 뒤에는 꼭 각하라는 말이 붙어 있었지요. 수천 번도 더 들은 호칭입니다. 각하라는 말이 봉건적이라고들 하지만 그렇다고 대통령님이라든가 박정희님이라고 부르는 것도 어색하고요. 역시 이런 문제는 미국 ‘넘덜’이 모던하지요. 미스터 프레지던트라고 하면 되니까요.

박정희 그래 그건 그렇고, 임자는 왜 날 만나자고 한 건가?

현 네, 각하, 북한에서 여러 발의 미사일을 발사한 사건 때문입니다.

박정희 그럼, 김일성주석님이나 김정일위원장을 만나야지.

현 북미 간 대결이 이제 한일 간 대결로 변질되었습니다. 일본은 북한을 선제공격하겠다고 큰 소리 치고 있고 노무현대통령은 이를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박정희 임자는 어떻게 보나?

현 북한이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봅니다. 흔히 ‘벼랑 끝 전술’이라고들 말을 하지 않습니까? 제 생각에는 이 전술을 쓰려면 계속 벼랑 끝에 있어야 되는 건데, 이번 사태는 벼랑에서 스스로 몸을 던져 추락한 꼴이지요.

박정희 그야 그렇지, 장거리미사일인 대포동만 발사했으면 되는 건데 말이야. 그것뿐이었다면 유엔 의장 성명감도 안 되는 것이지.

현 사정거리가 짧은 다른 미사일까지 여러 발 쏘아댄 북한의 의도는 미국 본토 뿐만이 아니라 주한 미군 및 주일 미군도 자기네 사정거리 안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박정희 그래? 우리 남한 국민들 분위기는 어떤가?

현 라면 사재기 소동 따위는 일어나고 있지 않습니다. 대부분 평온한 일상생활을 하고 있지요. 한국 국민들이 성숙해진 거라고 할 수 있지요.

박정희 일본에서는 자민당의 아베 관방장관이 이번에 인기가 올라갔다던데...

현 북한은 평소에 남한에서는 한나라당, 일본에서는 자민당 내 극우파를 너무 좋아해서 기회만 있으면 정치적으로 지원하려는 듯합니다.

박정희 ???

현 지난번 지방선거 때에도 한나라당에게 도움을 주는 발언을 했었죠. 이번엔 일본 자민당 내 극우파로서는 울고 싶은데 뺨 맞은 격이지요.

박정희 한국 내 일부 사회운동 단체가 북한을 지지하는 성명을 냈다고 하던데, 자네는 어떻게 보나.

현 일부는 그 단체들이 주사파라고 하는데 제 생각에는 아닌 것 같습니다. 주사파라면 결과적으로 북한에게 역효과를 주는 성명을 낼 리가 없지요.

박정희 정치란 게 의도와는 정반대 되는 효과를 낳을 수도 있는 법이야.

현 각하,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김정일 위원장을 포함한 북한의 집권 세력은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와 민족 통일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관심이 있다면, 남한 내 반통일 세력과 일본의 극우파에게 도움이 되는 발언이나 행동을 하지 말아야지요. 그 정도로도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면 집권 세력으로서의 자격이 없는 거구요.

박정희 임자, 임자는 참 과격하군.

현 저는 군사 쪽은 통 젬병이라서 여쭙는 건데요, 각하, 과연 일본이 북한을 선제공격할까요?

박정희 중국만 양해하면 할 수도 있겠지. 일본이 미국의 허락을 얻고 미국이 중국을 설득할 수만 있다면 일본이 북한을 공격할 수도 있는 거야.

현 으음…. 그럼 결국 한반도에서 전쟁이 터지는 거네요?

박정희 북한을 실제로 선제공격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일본은 이미 충분히 챙기고 있어. 일본은 핵무기를 포함해서 재무장을 할 수 있는 명분과 근거를 쌓아가고 있는 중이니까 말이야. 미국으로서도 기분 좋은 일이지. 일본에 비싼 무기를 많이 팔아먹을 수 있으니까.

현 저는 이번에 확실히 배운 게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한국의 우파가 허약하다는 겁니다. 일본 우파처럼 세게 나갈 수 있어야지요. 예컨대, 일본이 독도 문제를 건드리면 한나라당에서는 대마도를 점령하자는 주장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귀신 잡는 한국 해병을 대마도에 상륙시키자는 거지요.

그리고 지금 헌법에는 북한도 대한민국의 영토로 되어 있으니까 일본이 지금처럼 감히 우리 영토의 일부를 선제공격 하겠다고 나서면, 만약 그렇다면 우리도 한국 공군으로 하여금 도쿄나 오사카를 폭격하도록 하겠다고 큰 소리치면서 나서야지요. 우파라면 자국 영토를 지키는 게 가장 기본적인 미덕인데 한국 우파는 그런 점에서 너무 스케일이 작고 약해요. 적어도 정형근의원 정도는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이런 얘기를 공약으로 내세웠어야 했어요. 그렇다고 해서 거꾸로 이런 주장을 늘 평화와 전쟁 반대를 내세우던 민주노동당이 할 수는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박정희 흐음, 듣고 보니 그렇군. 그 얘긴 다음 추석 제사 때 내가 우리 근혜에게 하도록 함세. 근데 또 다른 하나는?

현 그 동안 민주화운동 세력은 대체로 북한 비판을 금기시해왔지만, 앞으로는 북한의 잘못에 대해서 공개적, 적극적으로 비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정희 그럼, 자네는 조갑제나 안병직하고는 뭐가 다른가?

현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근다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그리고 똥인지 된장인지는 찍어보지 않아도 아는 법이지요. 한국의 일부 우파 인사들은 독도 문제와 관련해서 노골적으로 일본 편을 들고 있습니다. 또, 무책임하게 현 북한 체제의 급격한 붕괴를 노리고 있는 미국, 일본, 한국의 우파와 저는 견해가 전혀 다릅니다. 북한 비판과는 별개로, 저는 북한 체제의 개혁개방에서 연착륙 내지는 서행을 선호하는 쪽입니다.

그리고 진정한 민족공조라고 한다면 남북한이 힘을 합쳐 미국과 일본을 떼어놓는 전략을 구사해야겠지요. 또, 6자회담의 틀을 깨지 말고 더 나아가 이 틀 안에서 남북한이 주도권을 함께 구사해야 합니다. 다른 한편으로, 저는 민족 통일이 동북아 전체의 긴장 완화나 평화보다 더 중요하다고는 결코 보지 않습니다. 그리고, 민족 생존권을 위협하는 핵무기나 미사일을 가지고 일방적으로 위험한 일을 해대는 것에는 결사 반대입니다. 현재로서는, 북한이 민족 공조를 말할 자격이 없어요.

박정희 허허… 임자, 나머지 얘기는 다음 주에 하도록 하지.

현 네, 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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