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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에 물난리/ 정부, 재해 근본대책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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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에 물난리/ 정부, 재해 근본대책이 없다

입력
2006.07.17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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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이틀간 쏟아진 중부지방 집중호우가 가져온 막대한 인명ㆍ재산피해에 대한 책임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천재지변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정부의 자연재해에 대한 인식이 안이했고 근본적인 대처가 너무 허술했다는 지적이다.

공사 뒷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하천둑이 터지면서 수도 서울의 일부가 물에 잠기고 지하철이 끊기는가 하면, 강원도 수해는 ‘연중행사’로 불릴 정도로 상습화 됐다. 최근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우리나라 우기(雨期)의 주된 특성으로 자리잡으면서 매년 아까운 인명과 천문학적인 재산을 앗아가는 데도 정부는 수십년전 ‘장마대책’에 매달리고 있다는 평가다.

■ 덮친데 또 덮친다

동강과 서강의 범람위기로 주민 긴급대피령이 내려진 16일 오후 강원 영월군 영월읍 저지대지역. 대부분의 주민들은 계속되는 대피령 방송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밤이 되자 삼삼오오 모여 속상한 마음을 술로 풀기도 했다. 주민 김모(49)씨는 “방재공사 해준다면서 제대로 해준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수해도 여러 번 당했기 때문에 알아서들 하겠지요”라며 계속되는 대피방송을 귓전으로 흘렸다.

영월읍은 2000년 이후 동강과 서강의 범람으로 세 차례나 침수피해를 당했다. 그 때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요란스럽게 방수대책과 함께 수해방재공사를 약속했지만 수해는 매번 되풀이됐다. 방재대책이 이렇듯 말에 그치다 보니 주민들도 긴급 대피령에도 꿈쩍하지 않게 됐다. 방재기관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만큼 잠재적인 위험은 더 높아진다.

최근 소방방재청의 집계에 따르면 1998년에 선정된 재해 취약지구 1,123곳 중 올해까지 정비가 끝난 곳은 450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673곳은 손조차 대지 못하고 있다. 이런 속도라면 예정된 재해지역 정비작업은 2015년이나 돼야 완료된다는 계산이다.

■ 잘못된 시스템 재난

단 이틀간의 비로 영동고속도로가 거의 마비되는 등 27개 고속도로, 국ㆍ지방도에서 피해가 발생한 것도 관리부실, 재해에 대한 대비부족 탓이라는 지적이다. 피해 발생지역 63곳 가운데 토사유입이나 낙석으로 인해 교통이 차단된 곳은 42곳이다. 도로유실 13곳을 포함해 안전시설 미비나 도로 자체의 문제점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한 곳은 전체의 87%이다. 기후여건 변화에 따라 태풍과 호우의 규모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이 커졌지만 이에 대응할 만한 시설기준 등 근본적인 대책이 뒤따라 가지 못하고 있다. 실제 강원도 수해 악순환의 원인은 최근 10년간 이어진 잦은 산불로 산사태가 빈발했고, 이에 따라 토사가 강으로 유입되면서 얕아진 강이 소규모 호우에도 범람할 수 밖에 없는 취약구조로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방재연구소 관계자는 “기록적인 폭우가 지난 10년간 여러 차례 있었지만 재해에 대비한 설계기준은 5~10년 만에 올까말까 한 정도의 강도에 멈춰있다”며 “저수지 규모, 하천폭 등 하천규모와 유수지 배수시설 규모 등 각종 시설기준을 상향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사후약방문 재해대책은 그만

차제에 복구중심의 재해대책을 예방중심으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도로주변 303곳의 절토사면 정비를 위해 2,100억원이 필요했지만 조성된 예산은 1,393억원에 불과했다. 건교부는 “산사태로부터 도로를 보호하기 위해 중장기적 정비계획을 마련했지만 필요한 예산은 오히려 매년 줄고 있다”고 말했다.

열악한 지자체의 재정력도 수해 악순환의 큰 원인이다. 지난해 방재예산의 경우 건교부 소관 댐개발, 하천개수작업과 농림부 소관 수리시설 개보수 사업 등 국가관리시설에 대한 사업비는 3조4,000억원이 책정됐지만, 자치단체 사업에는 소방방재청과 행정자치부예산 6,387억원이 고작이다. 반면 풍수해 피해의 87.1%는 지자체 소관시설에서 일어나고 있다.

강원도 재난안전대책 본부 관계자는 “지난해 소하천 정비작업에 지원되던 지방양여금제가 폐지되면서 예방차원의 정비작업 예산 압박이 더욱 심해졌다”며 “지자체의 재정자립도가 20~30%에 머물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중앙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월=정민승기자 msj@hk.co.kr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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