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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오른 민선 4기, 이것만은 고치자] <4> 4년마다 정책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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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오른 민선 4기, 이것만은 고치자] <4> 4년마다 정책혼선

입력
2006.07.17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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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단체의 역점사업들이 단체장의 임기와 운명을 같이 하고 있다. 단체장이 재선되는 지역은 문제가 없지만 바뀌는 지역은 사업의 비중이 크게 낮아지고 일부 사업은 아예 중단되는 비운을 맞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전문가의 정밀한 검토가 뒤따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미 상당액의 예산이 투입된 사업도 전임자 깎아 내리기의 폐습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한다. 4년마다 주요사업이 바뀌다 보니 장기계획을 단기계획 마냥 수시로 바꾸는 웃지 못할 일도 비일비재하다.

지난 선거에서 현직 시장을 물리치고 당선된 경기 구리시 박영순 시장은“후임 시장이 민족정기를 되살리려는 사업을 백지화하는 것을 보고 재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중국 동북공정에 맞서 남한내 최대 고구려 유적지인 아차산에 고구려테마파크를 건설하는 사업을 중점 추진했으나 후임 시장이 이를 사실상 백지화 해 고통을 겪었다.

그는 “역사 바로 세우기와 관련된 이 같은 사업마저 휘둘리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면서 “유권자가 정치색에 좌우되지 않고 지방행정을 제대로 심판할 수 있도록 정당공천제 폐지 등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수백억, 수천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사업도 예외가 아니다. 전임자가 유권자의 흥미를 못 끌었다고 생각되면 여지없이 폐기 또는 축소된다.

대구를 이탈리아 밀라노처럼 세계적인 패션산업도시로 성장시키겠다는 의욕을 갖고 출발한 ‘밀라노 프로젝트’는 단체장이 바뀌면서 사업 비중이 크게 낮아졌다.

이 사업은 1999년 1단계 사업에 6,800억원이 투자됐지만 후임 시장 때인 2004년부터 대구 부산 광주 경남이 공동 참여하고 예산도 2,000억원에 그치는 등 유명무실한 사업이 되어 버렸다. 이 사업에 시민들의 관심이 적다고 판단한 후임시장이 정부와의 협상에 열의를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우택 충북지사는 전임 이원종 지사가 열성적으로 추진하던 밀레니엄타운 건설을 재검토할 뜻을 밝혔다. 이 사업은 민자 등 1,400여억원을 들여 청주시 상당구 17만5,000여평에 컨벤션센터와 스포츠타운 대중골프장 놀이시설 등을 2010년까지 건립하는 매머드급 개발사업으로 지금까지 200억원이 투입된 상태다.

정 지사는“사업 자체를 백지화하기는 어렵지만 골프장과 컨벤션센터 등 비공익적 시설을 건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메스를 들이댈 뜻을 분명히 하고 있어 사업 재검토가 불가피하게 됐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전임 손학규 지사가 최대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경기영어마을의 민간위탁을 검토하라고 지시, 운영형태의 변경을 예고했다. 안산, 파주, 양평(2008년 개원예정) 영어마을은 비싼 어학연수를 대체하기 위해 설립된 것으로 참가비의 절반가량을 도가 부담하고 저소득층에게는 무료혜택을 줘 한해 수백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

하지만 민간위탁할 경우 수업료 대폭 인상이 불가피, ‘교육기회 재분배’라는 당초 목적을 살리지 못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가 핵심사업으로 추진해온 노들섬 오페라하우스도 이미 수백억원이 투입된 상태지만 신임시장이 접근성 등을 이유로 재검토를 지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신임단체장의 공약에 따라 전임자의 사업이 축소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단체장의 말 한마디에 좌지우지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충북 진천군에서는 9월 개최키로 하고 이미 초청장 발송까지 마친 제5회 세계태권도 화랑문화축제에 대해 취소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공무원들이 국제적인 행사를 갑자기 취소하면 신뢰도에 문제가 있다고 조언했으나 신임 군수는 “전시성 사업은 재고해야 한다”며 완강한 자세다.

이처럼 자치단체의 행정이 임기마다 춤을 추는 것은 단체장들이 자기만의 업적으로 선거에서 평가 받으려는 욕심 때문이다. 전임자의 정책을 계승 발전시키느니 차라리 없애고 자기 사업을 다시 시작하려 한다는 것이다. 또 사업의 연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대전대 행정학과 곽현근 교수는 “자치단체 정책의 불연속성은 단체장의 욕심과 유권자들의 무관심에서 비롯된다”며 “전임자의 잘된 정책을 후임자가 임의로 변경하면 반드시 유권자의 심판을 받는다는 풍토가 자리잡아야 이 같은 폐습이 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한덕동기자 ddhan@hk.co.kr대구=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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