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은행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이 달 들어 풀렸지만, 신규 대출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어 부동산 시장에 어떻게 여파가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지난달까지 금융당국의 규제를 불러올 정도로 주택담보대출이 과열을 빚었던 것에 비하면 지나치게 가파른 대출 냉각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각종 부동산 규제 효과가 가시화되는 시점에 금리가 상승 추세이고 주택담보대출이 급감함에 따라 부동산 경기의 경착륙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17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은행 등 주요 4개 시중은행의 13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33조7,087억원으로 6월말 대비 4,443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정상적인 대출이 이뤄졌던 지난달 상반월(6월1~15일) 증가액이 1조1,893억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금융당국의 압력으로 주요 시중은행이 사실상 주택대출을 중단하다시피 한 6월16~30일까지 증가액인 2,853억원에 비해서도 별로 늘지 않은 금액이다.
지난달 상반월 2,596억원 증가했던 국민은행의 경우 이 달 들어 661억원 늘어 4분의 1 수준으로 곤두박질쳤고, 하나은행도 지난달 상반월(2,530억원)의 3분의 1 수준인 868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지난달 4,073억원 증가했던 우리은행은 1,174억원으로, 지난달 2,694억원 늘었던 신한은행은 절반 수준인 1,731억원으로 줄었다.
주택담보대출 월별 증가액은 4, 5월 각각 3조원 가까이 이르며 이상 급등을 보이긴 했으나 지난해 월별 증가액이 1~2조원대에서 오르내렸던 것에 비춰봐도 규모가 크게 줄어들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일시 중단됐던 지난달 후반에 대출을 받지 못했던 대기성 수요들이 이 달 들어 몰렸던 점을 감안하면 신규 수요는 거의 실종된 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7월은 계절적인 비수기로 대출수요가 다소 감소될 것으로 내다봤지만, 예상외로 빠르게 줄고 있다”며 “특히 지방은 주택대출 수요가 완전히 죽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부동산 시장 동향을 미리 반영한다는 점에서 대출 수요 급감이 부동산 시장에 상당한 여파를 미칠 가능성이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각종 부동산 규제 조치에다 최근 잇단 대출 금리인상으로 관망세가 확산되면서 대출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부동산 시장이 열탕에서 바로 냉탕으로 진입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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