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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의 매력에 설렌적 있는가

입력
2006.07.17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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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20~24일 ‘2006 서울국제도서관정보대회’가 열린다. 딱딱하고 재미없어 보이는 행사지만, 이 대회가 지닌 의미와 잠재력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우리는 이 대회가 전세계 도서관 관계자들만의 연례 국제 행사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 참된 의미에서의 도서관을 찾고 누릴 전기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매주 화요일자에 문인ㆍ학자 등의 도서관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하는 ‘나와 도서관’을 5차례 연재한다. /편집자주

멋진 배우 수전 서랜든에게 아카데미 여우 주연상을 안긴 영화 ‘로렌조 오일’(1993)의 숨은 주인공은 ‘도서관’이다. 불치병 아들을 살릴 치료법을 찾기 위해 서가를 누비고 책을 뒤지는 부부의 처절한 노력을 그린, 실화를 토대로 한, 이 영화에서 도서관은 생명으로 나아가는 입구로 그려진다.

아르헨티나 작가 보르헤스는 단편 소설 ‘바벨의 도서관’에서 도서관을 우주에 비유한다. ‘무한히 계속되는 육각형 진열실’ 들의 공간. “…인류는 소멸해 가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러나 ‘도서관’은 영원히 지속되리라. 불을 밝히고, 고독하고, 무한하고, 부동적으로, 고귀한 책들로 무장하고, 쓸모없고, 부식하지 않고, 비밀스러운 모습으로 말이다.” 그는 도서관이, 그리고 책이, 무질서의 무한 반복으로서의 질서(신의 질서) 위에 존재함을 인식시켜 줄 ‘영원한 순례자’의 도래를 기다린다. 그리고 이렇게 끝을 맺는다. “나는 고독 속에서 이 아름다운 기다림으로 가슴이 설레고 있다.”

도서관은 문명의 산물이자 역사이고 집대성이다. 어느 서가의 어떤 책이든, 책은 그것이 쓰여지고 제작된 시대 문명의 수준과 경향을 가늠케 하는 시간의 단층이다. 동시에 도서관은 지식의 원천이며 문명의 공장이다. 책은 소비됨으로써 생산에 기여하며, 생산의 산물 곧 책은 다시 서가의 한 귀퉁이에 꽂혀 새로운 소비ㆍ생산의 주체를 맞이한다. 그렇게 도서관은 당대 문화와 더불어 성숙하고, 긴 문명의 시간과 함께 순환한다. 보르헤스가 도서관을 끝없이 순환하는 우주에 비유한 것도 그런 의미일 것이다. 그 공간에서 우리는 문명의 그 장구한 시간과 더불어 호흡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도서관은 어디 있으며, 우리에게 도서관은 어떤 의미인가. 도서관의 인상은 입시나 취업 시험의 불안과 초조, 중압감에 버무려져 있기 일쑤다. 그것도 아득한 추억 속에서만. 또 모처럼 책을 빌려 읽고자 찾아가도 쭈뼛거려지기 십상이고, 사서에게 책을 청하면 아예 없거나 대출중이던 씁쓰레한 기억이 떠오르지는 않는가. 우리 도서관은 지금, 정부와 민간의 크고 작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심리적으로) 멀고 (의미상) 좁다.

문화관광부가 발간한 2002년 ‘독서진흥에 따른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공공 도서관의 국민 1인당 장서수는 2.59권, 1관당 인구수는 2만6,283명인 데 반해 우리의 공공도서관 1인당 장서수는 0.71권, 1관당 인구수 10만2,732명이다. 가까운 일본에 비해서도 1인당 장서수 기준 1/3 수준이다. 이 열악한 현실의 책임은 마땅히 정부와 도서관 당국이 떠안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 자신에게도 물어야 한다. 영화 ‘시티 오브 앤젤’을 보면서도, 그 투명하고 나른한 도서관의 분위기와 빼곡히 꽂힌 장서와 친절한 사서는 외면한 채, 그들의 동화 같은 사랑만 부러워하지는 않았던가. 도서관이 관청이나 은행처럼, 특별한 목적이 있을 때에야 찾는 장소로 인식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리고 또 이렇게 물어보자. 근대 이후 우리는, 도서관의 참된 매력을 단 한 번이라도 경험하거나 갈망한 적이 있던가.

이제 우리 모두 그 물음들에 성실히 응답해야 할 때다.

최윤필 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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