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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유전무죄에 대한 의미 있는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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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유전무죄에 대한 의미 있는 도전

입력
2006.07.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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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9일 선고된 판결에서 서울서부지방법원 이종광 판사는 부동산등기실명제법을 위반하여 명의 신탁한 부동산의 명의 환원을 주장하는 청구를 기각하는 매우 의미 있는 결정을 내렸다. 이는 불법적인 명의신탁까지도 보호해 왔던 대법원의 기존 판례를 하급심에서 변경을 주장하는 것으로 이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사회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해 볼 때 가히 도전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대법원 판례를 뒤엎는 판결

"수 천억원의 형사상 추징금을 선고받았던 전직 대통령이 자신은 29만원 밖에 없어 추징금을 국가에 납부할 수 없지만, 자식들은 수 백억원 대의 부동산을 가지고 기업을 경영할 수 있는 것이 우리 사법 현실이다"라는 인식에 이 판사의 고뇌가 담겨있다.

부동산등기실명제법은 부동산 등기제도를 악용한 투기, 탈세, 탈법행위 등 반사회적 행위를 방지하고 부동산 거래의 정상화와 부동산 가격의 안정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되어, 구체적으로 명의신탁약정은 무효로 하고,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행하여진 등기에 의한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은 무효로 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입법 취지에도 불구하고 "명의신탁 재산이므로 돌려 달라" 대신 "명의신탁이 무효이므로 돌려 달라"는 취지의 청구를 할 경우 이를 인정하여 사실상 부동산등기실명제법은 종이호랑이로 전락하여 있었다.

이런 대법원의 기존 입장은 지극히 보수적인 것이어서 명의신탁을 민사적으로 무효라는 명시적 규정을 두지 않았던 종전의 여러 조치들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 입법부의 노력과 국민들의 여망을 배신하는 것이었다.

본 사건의 경우에도 원고가 사업상 진 빚에 대한 강제집행을 회피할 목적으로 명의신탁을 하였고 이로 인하여 채권자는 채권을 회수할 수 없게 되었다. 이처럼 반사회적 탈법행위를 저지른 불법적 명의신탁에 대하여 이 판사는 민법 746조가 규정한 '불법원인급여(불법의 원인으로 인하여 재산을 급여하거나 노무를 제공한 때에는 그 이익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를 이유로 소유권 회복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대하여 명의수탁자가 단순히 이름만 빌려주었을 뿐인데 부동산의 소유권을 차지하는 것은 과도하지 않느냐는 취지로 명의수탁자는 부동산실명제법에 따라 과징금이나 형사상의 처벌을 받게 되므로 불법원인급여까지 동원하는 것은 과하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하여 '그것은 신탁자가 부동산실명제법의 규정을 정면으로 무시하고 위법하게 명의신탁을 강행한데서 생긴 자업자득의 결과이므로 신탁자에게 가혹하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고 이 판사는 선을 그었다. 현실적으로도 형사처벌은 있으나 마나 하다.

부동산 차명거래 규제가 수 십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사이 금융자산에 대한 합의 차명은 '금융거래실명제법'이나 '자금세탁방지법'의 제정에도 불구하고 아직 불법으로 규정되지 않고 있다. 주식에 대한 차명은 증여세 과세논란에 종종 휩싸이더니 증여의제규정도 삭제되었다.

●부동산실명제법 존중해야

불법을 방조하는 명의신탁제도는 근대 민법의 일물일권주의(一物一權主義)와 물권은 관습법상으로도 창설할 수 없다는 민법의 규정에 반하여 우리 사회에 현실적으로 벌어지는 거래 관행을 법 이론으로 합리화하기 위하여 1개의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대내적인 소유권과 대외적인 소유권으로 나누는 유례없는 이론을 판례로서 창설한 것이다.

비록 80년의 역사와 일제시대 종중의 재산을 종중원의 명의로 등기 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불법적 명의신탁은 입법 취지에 충실하기 위하여 이제 보호하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이번 판결은 가진 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기존 사회구조에 대한 도전이며 탈세를 방지할 해법으로 적극 지지한다.

최영태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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