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텔레콤의 동기식 IMT-2000 사업권 취소와 관련해 정보통신부의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통부장관 정책 자문기구인 정보통신정책심의위원회에서 LG텔레콤의 동기식 IMT-2000 사업권 취소를 권고하면서 정통부가 수립한 통신 정책이 결과적으로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정통부가 정책 실패의 책임을 지나치게 민간기업에 떠넘겼다는 비판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정책 실패론의 발단은 정통부의 안일한 정책집행에서 비롯됐다. 정통부는 2001년에 IMT-2000 사업자를 선정하면서 동기식과 비동기식 사업자를 각각 선정했다. 향후 기술발전 방향을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불확실성도 작용했지만 우리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동기식에 대한 강한 집착 때문이었다.
그러나 LG텔레콤이 억지로 떠안다시피한 동기식은 전세계 통신서비스 업체는 물론이고 통신용 칩과 장비개발업체마저 외면하면서 시장에서 사장된 기술이 돼버렸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정통부가 대안을 전혀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끊임없이 기술발전 동향을 파악하고 상황에 맞게 탄력적인 정책 적용을 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정통부는 수수방관했다는 지적이다.
정통부의 경우 IMT-2000 사업 추진 및 사업자 선정 당시 최고책임자가 안병엽ㆍ양승택 장관에서 진대제 장관으로 교체되면서 ‘IT839’ 로 대표되는 새로운 정보기술(IT) 정책 수립에 몰두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과장, 계장, 실무자의 잦은 이동도 전문성과 정책의 연속성을 떨어뜨렸다는 게 중론이다.
융통성없고 폐쇄적인 정책 집행은 관련 법을 보면 그대로 드러난다. 남 용 LG텔레콤 사장을 퇴진으로 몰고 간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은 제6조의 2 ‘임원 결격 사유’에 ‘법인의 경우 허가ㆍ등록 취소 또는 사업 폐지 명령의 원인이 된 행위를 한 자와 대표자는 퇴직된다’고 규정했다.
이 같은 조항은 2002년에 법제처 주장에 따라 투자자 및 이용자에게 해를 끼친 사람을 퇴출하기 위해 전기통신사업법, 금융규제 관련법 등에 일괄 삽입됐다. 그러나 예외 사항에 대한 배려가 없다보니 사업자들이 잘못된 사업을 포기하거나 수정할 수 없게 돼버렸다.
따라서 ‘시티폰’처럼 시장성이 없는 사업도 사업자가 책임을 지지않으려면 그대로 시행해야 한다. 정통부 관계자는 “남 사장의 경우 사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점을 감안해 구제 방법을 검토했으나 관련 조항이 없다”며 “난감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문제점이 장관을 비롯한 공무원들의 실적주의와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체 관계자들은 "IMT-2000 뿐만 아니라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휴대인터넷(와이브로), 고속하향패킷접속(HSDPA) 등 일부 통신서비스의 경우 시장성과 상관없이 ‘세계 최초’라는 말에 집착해 밀어붙이는 경향이 강하다”며 “이 가운데 아직까지 전국 서비스가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정통부 정책에 불만을 나타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계에서는 인터넷TV(IPTV) 등 앞으로 나올 정책에 대해서는 ‘정책실명제’를 도입해 정책 담당자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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