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째 당무를 보이콧하고 있는 한나라당 이재오 최고위원이 최고위원직 사퇴를 시사함으로써 한나라당이 자칫 주류, 비주류 간의 첨예한 대립 구조로 굳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전당대회 과정의 ‘색깔론’ 시비에 반발, 전남 순천 선암사에서 칩거 중인 한나라당 이재오 최고위원은 15일 기자들과 만나 “정권교체를 하려면 우파대연합을 이뤄야 한다”며 “내가 수구보수 지도부에 함께 있으면 우파대연합을 이룰 수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탈당 가능성은 부인했다. 그의 대변인 격인 진수희 의원은 “이 최고위원이 최고위원직 사퇴는 물론 ‘한나라당발(發)’ 정계개편을 포함한 근본적인 고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최고위원은 15,16일 이방호 안경률 이군현 정두언 의원 등과 만나 거취 문제를 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최고위원 측에서는 “들러리가 되느니 사퇴하는 게 낫다” “경선 불복으로 비칠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엇갈린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조건부 사퇴’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최고위원이 18일 중앙당사에 나와 “이번 전대가 ‘불공정 경선’등으로 얼룩졌다”며 박근혜 전대표와 강재섭 대표의 사과와 책임자 문책 등을 요구한 뒤 이를 강 대표 등이 받아들이면 복귀하고, 수용하지 않으면 사퇴하는 수순이 조건부 사퇴다.
이 최고위원이 사퇴하면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가까운 인사들은 지도부에서 완전히 빠지는 형국이 된다. 이럴 경우 한나라당은 완충지대나 연결고리가 없이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주류 세력과 ‘친 이명박’ 성향의 비주류가 정면 대결하는 상황으로 빠져들 공산이 크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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