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재오 최고위원의 ‘단독 시위’가 길어지고 있다. 본인의 의미 부여가 어떻든, 과거 대선후보 경선에서 여러 번 보았던 경선 불복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래서 볼썽사납다.
그가 밝힌 불만은 두 가지다. 박근혜 전 대표를 도와 나름대로 열심히 일했는데 박 전 대표가 알아 주지 않아 배신감을 느꼈고, 경선 과정에서 강재섭 대표가 자신을 겨냥해 ‘색깔론’을 들고 나왔다는 것이다. 이런 인식이 모두 맞다고 쳐도 현재의 그의 행동은 납득하기 어렵다.
내년의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치러진 대표 경선은 어차피 전초전, 또는 대리전 성격을 띨 수밖에 없었다. 대선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기대했다면, 현실 정치인으로서 무지이거나 착각이다. ‘색깔론’ 지적은 더욱 요령부득이다. 한나라당 중진의 한 사람인 이 최고위원이 다른 중진과 구분되는 큰 특징이 오랜 재야 경력이다.
또 ‘색깔론’의 표적이 되면 표가 우수수 떨어지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보수 성향을 공격하는 ‘역(逆) 색깔론’도 무성한 세상이다. 재야시절 은신처인 선암사를 찾고, 지리산을 더듬으며 독자적 성향을 강조하는 상징행위를 통해 이 최고위원 스스로 이미 ‘색깔론’이 상대적 의미밖에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당내 경선도 선거라서 이기고 지는 결과가 있고, 이런저런 말썽도 따른다. 그런 싸움판을 거치면서 참여자들의 정치적 약점이 보완되고, 정당 체질과 함께 개인적 정치역량도 강화된다.
그것이 민주적 경선 절차가 겨냥하는 효과의 하나다. 이 모든 것이 결과에 대한 깨끗한 승복을 전제로 한다. 당장 대표 경선에도 승복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대선후보 경선 승복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이 최고위원, 이제 그만 하시오!”란 외침이 점점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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