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사진작가 구본창(53)이 백자의 아름다움에 빠졌다. 국내외 미술관에 흩어져 있는 조선 백자들을 촬영한 근작들을 국제갤러리에서 전시하고 있다.
그가 찍은 백자는 그림이나 문양이 없는 순백자다. 박물관이나 미술관 도록에서 보는, 윤곽이 선명하고 광택이 있는 백자 사진과는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단순히 백자의 생김새를 보여주는 사진이 아니라, 백자의 뽀얀 살결과 담백하고 우아한 기품을 섬세하게 표현한 사진들이다. 인물 사진을 찍듯이 접근해서 백자의 혼을 붙잡으려 했다고 한다. 아닌 게 아니라 분홍빛 톤으로 처리한 백자는 사람의 살갗을 연상시킨다. 카메라의 조리개를 많이 열지 않은 채 백자의 한 부분에만 초점을 맞추고 나머지 부분은 초점이 살짝 나가게 찍어서 깊고 부드러운 느낌이 난다. 흑백 화면의 어둠 속으로 살며시 윤곽이 녹아든 달항아리는 그야말로 관객 앞에 달덩이같이 떠오른다. 세월의 상처로 긁힌 자국이 보이는 백자 사진에는 작가의 연민과 애정이 묻어있다.
구본창은 이번 작업이 백자의 숨은 매력을 훔쳐내는 일이었다고 말한다. 백자의 아름답고 따뜻하고 그윽한 표정이 관객을 맞고 있다. 전시는 30일까지. (02)735-8449 /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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