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불안이 하반기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가 올해 평균 배럴 당 60달러 대 초반만 유지해줘도 그럭저럭 올해 5% 성장이 가능할 듯 보였다. 그러나 상반기 평균 61.1달러선을 유지하던 두바이유는 중동에 전운이 감돌면서 이 달 들어 70달러를 훌쩍 넘었다.
5% 성장은 고사하고 경기가 ‘더블딥’(경기가 일시 상승했다가 하락하는 현상)에 빠지는 상황이 내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6일 내놓은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분기별 성장률이 1분기 6.1%에서 4분기 4.1%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낙차(2%포인트)만 보면 현기증이 느껴질 정도다. KDI는 하반기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4.8%에서 4.5%로 낮춰 잡으면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지난 1분기 전망 때 5.3%에서 5.1%로 하향 조정했다.
그러나 KDI의 전망치가 한국은행이나 민간 연구기관 전망치보다 다소 높은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 5%대 성장도 어려울 수 있다.
원인은 유가다. KDI는 이번 전망에서 연평균 두바이유 가격 전망치를 58달러에서 62달러로 높였다. KDI 신인석 연구위원은 “하반기 국내 경기의 조정폭은 유가와 세계경기 등 대외여건에 따라 정해질 것”이라며 “고유가 행진이 계속되면 성장률이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유가가 오르면 원자재를 중심으로 수입단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반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제품의 수출단가는 쉽사리 회복되지 않고 있다. 때문에 교역조건이 악화돼 제품을 많이 수출할수록 손실액이 늘어나고 국민소득이 악화돼 하반기 경기의 열쇠인 소비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금리논쟁이 다시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강조하며 금리인상을 시사했던 한국은행은 경기 여건이 나빠질수록 난감한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다.
한은은 올해 5.0% 성장을 전망하면서 평균 유가를 63달러로 잡았다. 그러나 5% 성장도 힘겨운 상황에서 ‘유가급등 → 물가압력 → 금리인상’ 논리를 고수하기는 부담스럽다. 모처럼 독립성을 과시했던 이성태 총재의 리더십이 위축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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