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만 더 넘기면 400개가 된다.
300번째 홈런을 쳤던 지난 2003년 6월22일에는 푸른색 사자 유니폼을 입고 대구 팬들의 축하를 받았지만 400번째 대포는 ‘교징(巨人) 4번 타자’의 중량감을 더하는 이정표가 된다.
요미우리 이승엽(30)이 전반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지난해 농사를 웃도는 풍작을 기록중이다. 지난 15일 야쿠르트전에서 29호 홈런을 포함한 5타수 4안타 4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16일 4타수 1안타를 기록해 시즌 타율 3할2푼6리에 29홈런 109안타 70득점. 지난시즌 117경기에 출전해 남긴 기록은 타율 2할6푼, 106안타 30홈런 82타점 64득점이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324개를 친 뒤 일본으로 건너간 이승엽은 73개의 홈런을 보태 개인통산 397홈런을 기록중이다.
도쿄돔이 ‘홈런타자의 기본’을 찾아줬다
홈런타자의 기본은 ▲타석에서의 무게중심을 뒤로 놓고 ▲힘이 아닌 타이밍으로 공을 때리는 것이다. 경기장 내부의 상승기류 때문에 뜬공이 상대적으로 멀리 날아가는 도쿄돔의 특성상 풀스윙의 필요성이 줄어들었다. 대신 간결한 스윙으로 타이밍만 잘 맞추면 담장을 넘길 수 있다.
바다쪽에서 부는 역풍을 뚫고 홈런을 치기 위해 풀스윙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지바 롯데의 마린스타디움 시절과는 확연히 달라진 부분이다.
풀타임 주전이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요미우리의 하라 감독은 4월말 이승엽이 부진에 빠졌을 때도 4번 자리를 맡겼다. 스스로 페이스를 조절할 수 있는 여유가 자신감으로 바뀌었고, 지난 2시즌 동안 지바 롯데에서 겪은 수모가 보약이 됐다.
약점으로 지적된 몸쪽 높은 공은 교묘하게 커트해내고, 맥을 못췄던 포크볼도 장타로 연결시킨다. 실투가 적은 일본 투수들을 상대하며 집중력이 높아졌고, 투수에 따라 노려치는 공이 달라질 정도로 일본 야구의 스타일을 파악하고 있다.
요미우리의 추락-이승엽의 딜레마
단체경기에서의 ‘원맨쇼’만큼 힘이 빠지는 게 없다. 이승엽은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지만 요미우리(38승2무48패)는 꼴찌 요코하마에 1.5게임차 앞선 센트럴리그 5위다. 16일 야쿠르트전은 4-3 승리.
홈런 1위를 질주중인 요미우리 4번타자라면 일본 전체가 주목해야 마땅하지만 요미우리의 성적 부진이 이승엽에게 쏟아질 스포트라이트를 차단하고 있다. 일본 언론과 팬들의 관심도 많이 떨어진 상태다.
부상으로 빠졌던 고쿠보가 후반기에 가세하면 팀 분위기가 바뀔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기서도 돌파구를 찾지 못할 경우 이승엽은 “내가 팀을 짊어져야 한다”는 부담감을 떨쳐버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50홈런’ 혹은 ‘타격 3관왕’ 같은 개인적인 ‘동기부여’를 해야 타격 페이스가 유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500번째 홈런은 메이저리그에서?
최근 미국 ‘야후 스포츠’의 칼럼니스트 제프 파산은 “이승엽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다면 그 몸값은 3년간 2,100만달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2003년 뉴욕 양키스에 입단한 마쓰이 히데키와 같은 조건이다.
3년전 이승엽이 미국 진출을 노릴 때와는 상당히 달라진 분위기. 이승엽도 궁극적인 목표로 메이저리그 진출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요미우리는 이승엽에게 메이저리그의 어떤 구단보다도 많은 금액을 제시할 자금력을 갖고 있다.
내년시즌 이승엽이 어디서 뛸 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올해(2억1,000만엔)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의 거액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한준규 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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