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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유나이티드 경기 거부 '기권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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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유나이티드 경기 거부 '기권패'

입력
2006.07.16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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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K리그에서 경기 개최 시간을 둘러싼 실랑이 끝에 몰수패가 선언되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발생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16일 오후 5시 포항 송라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삼성하우젠컵 2006 9라운드 경기 출전을 포기한 제주 유나이티드에게 0-2 기권패를 결정했다.

이 조치는 프로축구연맹 경기ㆍ심판 규정 제 31조(패자로 인정되는 경우)의 ‘한 팀의 귀책사유로 인해 경기 개최 불능, 또는 중지됐을 경우 해당 귀책 사유가 있는 팀이 0-2로 패배한 것으로 한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제주는 경기 장소와 시간의 변경을 문제 삼아 경기 출전을 거부했다. 문제의 시작은 경북 포항 지역 건설노조원들의 포스코 본사 점거 농성이 발단이었다.

포항 구단과 프로축구연맹은 노조원들의 농성으로 본사 안에 위치한 포항전용구장을 사용할 수 없자 15일 오후 7시에 열릴 예정이던 경기의 연기를 결정했고 순연된 경기는 당초 16일 오후 7시 같은 장소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날도 노조원의 점거가 풀리지 않아 포항전용구장의 출입이 어렵게 되자 프로축구연맹은 16일 오전 경기 장소를 포항전용구장에서 송라 구장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또 송라 구장에 조명 시설이 없어 야간 경기를 치를 수 없는 관계로 경기 개시 시간도 오후 7시에서 오후 5시로 2시간 앞당기기로 했다.

그러나 제주는 “일방적인 장소와 시간 변경으로 인해 선수들이 제 컨디션으로 경기를 치를 수 없다”며 경기 출전을 거부했다. 박상준 제주 홍보팀장은 “최소한 하루 전에는 경기 일정을 통보해 줘야 이에 맞춰 선수들이 컨디션을 조절 할 수 있다.

그러나 프로축구연맹은 경기 개시가 임박한 오후 12시에야 일방적인 장소와 시간 변경을 통보해왔다. 이래서야 어떻게 제대로 된 경기를 치르겠느냐”며 프로축구연맹의 일방적인 행정으로 인한 불이익을 감수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박 팀장에 따르면 제주 선수단은 정순기 단장, 정해성 감독의 합의에 따라 경기 출전을 포기한 채 부산으로 이동, 김해공항에서 오후 7시 10분 비행기편으로 제주로 돌아갔다.

사태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건 이번 ‘기권패 사태’는 K리그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로 팬들의 지탄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프로축구연맹은 리그의 운영 주체로서 돌발 변수 발생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또 제주는 경기 거부라는 극한 대응으로 인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팬들을 무시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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