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폭우는 제헌절(17일)이 낀 3일 연휴에 쏟아져 피서객들의 피해도 컸다.
대부분의 피서객들은 강원도로 향하던 도중 날벼락을 만났다. 15일 정오께부터 영동고속도로 곳곳에서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도로가 흙더미에 매몰되고 유실됐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강릉 방면 면온IC~평창휴게소 구간 12㎞, 강릉에서 서울방면 대관령 3터널~진부IC 20㎞ 구간에 차량 수천대가 고립됐다 저녁 10시가 돼서야 간신히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충북 진천에서 강릉으로 가다 평창휴게소 부근에서 고립된 이선자(34ㆍ여)씨는 “4살짜리 아이가 너무 목말라 해서 물을 구하러 갔지만 황토물이 콸콸 쏟아지는 계곡에 가로막혀 이내 돌아 왔다”고 말했다. 진부 부근에서 10시간 가까이 오도가도 못한 김영걸(43ㆍ경기 성남)씨도 “언제 길이 뚫릴지 몰라 하염없이 기다렸다”며 “여자들은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해 큰 고통을 겪었다”고 말했다.
설악산 한계령, 오색에서는 관광객과 주민 800여명이 고립되기도 했다. 폭우에 따른 산사태와 도로유실로 인제, 양양 방향이 모두 끊겼다. 이들 중 일부는 16일 오후 늦게 산악구조대의 도움으로 양양방면으로 10㎞여를 직접 걸어 내려왔다. .
14일 밤 강원도에 도착해있던 관광객들은 귀향이 문제였다. 가족들과 속초를 찾은 회사원 조모(35)씨는 16일 “17일이 쉬는 날이라 여유는 있지만 비가 언제 그칠 지 몰라 불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강원도에서 수도권으로 가는 길은 7번 국도를 타고 삼척, 울진까지 내려간 뒤 영주, 안동 방면을 이용해 중앙고속도로를 타는 게 유일했다. 당연히 이 도로는 하루종일 정체를 겪었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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