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2차 본협상이 예정된 일정도 못 채우고 종결되는 파행을 겪었지만 길게 보면 나쁘게만 해석할 일은 아니다. 파행의 직접적 원인이 된 건강보험 약값 건전화 방안을 둘러싼 논란과 대규모 시위로 번진 국내의 반대여론을 보면서 협상을 어떻게 이끌고 나가야 할지에 대해 대표단이나 국민들이 냉정하게 되돌아볼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이 협상은 주어진 시간 안에 승패를 가리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개방과 경쟁의 원칙 아래 서로가 이익을 얻는 윈윈 게임이고 또 그렇게 돼야 한다. 극단적 반대론자들의 주장처럼 일방적 지배와 종속관계의 협상이라면 정권이 넘어갈 일이다. 물론 협상 결과 불가피하게 산업과 부문, 업종과 개인별로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정부의 협상력은 이런 문제까지 포괄하는 치밀함을 갖춰야 하고 취약부문 지원체계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그러나 첫 단추를 잘못 꿰는 바람에 지금까지도 이런 문제들에 대한 사회적 고민은 뒷전으로 밀리고 반미-친미 등의 이념적 공방과 반대논리가 논의의 장을 점거해 버린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
그나마 이번 협상에서 대표단이 개방과 보호의 잣대를 적절히 조절하며 줏대있는 자세를 보여준 것은 평가할 만하다. 8월 중 상품 농산물 섬유 부문의 양허안을 일괄 교환하기로 한 것 역시 진전이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가 조급증을 털어내고 투명성을 강화하는 일이다. 미국 정부에 무역촉진권한(TPA) 시한이 있다면 우리에게도 ‘국민 공감대의 시간’이 필요하다. 대통령의 ‘소신과 양심에 따른 결단’이란 말로 투명성이 해결되지 않는다. 9월 3차 본협상까지의 시간은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 전략적 지혜를 짜내는 데 부족하지 않다. 특히 지식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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