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중부 물폭탄/ 쓰나미 덮친듯… 인제 60가구 마을 흔적없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중부 물폭탄/ 쓰나미 덮친듯… 인제 60가구 마을 흔적없이

입력
2006.07.16 23:58
0 0

60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살던 마을이 사라졌다.

흙과 오물이 천장까지 비집고 들어온 집은 그나마 형체라도 남았다. 하지만 16채는 주민들 증언처럼 ‘감쪽같이’ 흔적도 없이 떠내려갔다. 자동차도, 소와 개 등 가축도 사라졌다.

한바탕 폭우가 휩쓸고 간 강원 인제군 인제읍 덕산리는 16일 통곡과 푸념만 남았을 뿐이다. 주민 박정근(48)씨는 “마치 쓰나미를 본 것 같았다”고 말했다.

주말과 휴일 이틀에 걸친 집중 폭우로 강원도는 아수라장이 됐다. 곳곳이 전쟁터의 폐허를 방불케 했다.

인제 평창 영월 등에서는 산사태와 급류에 휩쓸려 48명이 사망ㆍ실종되는 등 인명 피해가 잇따랐고 도로 곳곳은 허리가 끊기고 무너졌다. 휴가철 붐비던 도로는 갈 길 묶인 자동차들로 주차장으로 변했다.

주택은 흙더미에 묻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침수 피해를 입은 주택과 농경지도 갈수록 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상수도 시설이 폭우에 파손되면서 식수난을 겪었다. 전신주가 쓰러져 전기ㆍ전화가 끊긴 곳도 속출했다.

인명피해

16일 오전 6시께 영월군 북면 마차 2리 허모(53)씨의 집 뒷산에서 발생한 산사태가 집을 덮쳐 잠을 자던 허씨와 부인 염모(47)씨가 그 자리에서 숨졌다. 15일 인제군 남면 남전리에서는 집안에 있던 심모(87)씨와 부인(89), 아들(66) 등 일가족 3명이 산사태에 집이 매몰돼 목숨을 잃었다.

15일 낮 12시께는 평창군 진부면 송정리 백모(63)씨와 오모(61ㆍ여)씨 부부가 농사일을 위해 나갔다가 산사태를 만나 사망했다. 이날 오후 3시께는 인제읍 덕산리 2반 김모(88)씨가 텃밭에서 물빼기를 하던 중 토사가 덮쳐 매몰됐다가 구조됐으나 병원으로 옮기는 도중 눈을 감았다. 인제군 덕산리에서는 비상 소집 명령에 부대로 돌아가던 육군 특수부대 소속 신모(39) 소령이 실종됐다.

동강 범람 위기

영월 지역 시내를 관통하는 동강과 서강의 하천 수위가 위험 수위인 9㎙를 넘어 범람 위기에 처하자 영월읍 영흥, 하송, 덕포리 등 저지대 주민 8,000여명이 인근 학교 등 안전지대로 긴급 대피했다.

또 인제군 한계리 2리, 3리 주민 180여명과 설악산 국립공원 장수대와 옥녀탕 부근의 등산객 120여명은 갑자기 불어난 물에 고립돼 구조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렸다.

설악산 일대의 관광객 610명과 주민 200명은 44번 양양-오색 구간이 물에 잠겨 교통이 끊기면서 오도 가도 못하다가 16일 오전에야 가까스로 비상통로가 만들어져 고립에서 벗어났다.

이번 폭우로 가옥 1,300여채가 물에 잠기는 등 피해를 봤다. 강릉, 횡성, 평창, 철원, 양구, 양양 등 11개 시군 948가구 2,400여명의 주민들이 집을 잃고 이재민 신세가 됐다. 전날 친척 집에서 비를 피한 인제 덕산리 주민 최정희(26ㆍ여)씨는 “설마 했는데 저거 좀 봐요. 이제 어찌 삽니까”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최씨의 집은 천장까지 흙이 차 올랐다.

춘천 사평천과 양구 한세골천, 양구 방산면 수입천, 양구 만대골천 등 하천과 소하천 45곳의 제방도 유실됐다. 또 저지대 농경지 985㏊가 침수되는 등 1,270㏊의 농작물 피해가 났다.

덕산리 천변에 있었다던 논 수천여평 역시 흔적도 없었다. 마을 주민 최원주(50)씨는 “간신히 도망쳐 목숨은 건졌지만 전 재산이 다 떠내려 갔으니 어떻게 해냐 하느냐”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끊어진 상수도ㆍ전기ㆍ전화

인제와 평창 등 4개 시군 지방 상수도가 폭우로 침수 또는 유실되면서 4만8,000여명의 주민들이 물난리 중에 식수난을 겪었다.

인제, 평창 등 7개 지역에서는 산사태와 도로 유실로 4만5,000가구에 정전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2만8,000가구는 응급 복구가 안 돼 극심한 불편을 겪었다. 인제 등 5개 시군의 5,000가구는 유선전화가 불통돼 애를 먹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17일까지 강원 지역에 최고 200㎜의 비가 더 올 것으로 예보됨에 따라 북한강 주요 댐들은 방류량을 늘리며 수위 조절에 들어갔다.

화천댐은 제한수위(175㎙)를 넘어서자 초당 1,996톤의 물을 내보냈다. 춘천댐 의암댐 청평댐 팔당댐도 물을 내보내며 홍수 조절에 나섰다.

김일환 기자 kevin@hk.co.kr인제=정민승기자 ms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