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에 출마한 사람이 나한테 안 오면 어떻게 하나.”
한국공인중개사협회(옛 전국부동산중개업협회) 간부 선거 때마다 한 몫 단단히 챙겨온 이 협회 이사가 검찰에 구속됐다.
부동산중개소를 운영하는 성모(65)씨는 선거판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 젊은 시절 여러 차례 국회의원 등의 선거 운동원으로 활동했고 본인이 직접 농협 조합장 선거에 출마하기도 한 이른바 ‘선거전문가’다. 지방자치제도 도입 초기에는 시의원을 지냈다.
그의 진가는 지난해 2월 공인중개사협회 회장 선거에서 빛났다. 금품을 대량 살포해 당선 가능성이 희박했던 동향 출신을 회장에 당선 시키는 기염을 토한 것. 이 때부터 성씨는 협회에서 ‘왕회장’으로 통했다.
성씨는 협회 회장 선거, 시ㆍ도 지부장 선거, 이사 선거 때가 되면 인근 여관에 장기 투숙하면서 후보자들을 맞아들였다. 자신의 세력 아래에 있는 대의원들의 표를 몰아주겠다고 제안한 뒤 으레 금품을 요구했다. 찾아오지 않는 후보자에게는 먼저 전화해 자신이 있는 여관으로 오도록 했다.
검찰은 “여관 방 구석에 돈을 쌓아놓고 후보자들을 맞아들일 정도였다”며 성씨 범행의 대담성에 혀를 내둘렀다.
성씨가 지난해 9월 시ㆍ도 지부장 선거에서 챙긴 돈만 8,500만원.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부장 차동언)는 14일 성씨를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은 “지금까지 드러난 돈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며 성씨의 추가 혐의를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검찰은 금품수수로 얼룩진 공인중개사협회 선거 전체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김지성 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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