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초등열람실에 아무도 없는 줄 알았는데, 코를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니?” 수줍은 듯 한쪽 구석에서 고개를 든 아이는 용민이다. “왜?” 안경 뒤로 눈물이 흘러 깜짝 놀라 물었더니, 세상에- 만화책을 보고 울고 있었다. ‘플란더즈의 개’가 용민이를 울렸다. 용민이는 만화를 좋아한다. 모든 아이들이 그렇지만.
옛날 글자를 모르는 사람이 많았던 시절에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한 것에서 유래한 만화, 1930년대 미키 마우스와 뽀빠이 등이 크게 성공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가까워졌다.
만화는 재미있다. 영웅적인 만화 주인공, 경박스럽고 과장된 행동, 걸러지지 않은 평상시의 언어, 그런 것들이 오히려 아이들의 특성과 잘 맞는다. 시사만화가 박재동, 그가 ‘창비어린이’ 창간호에 요구한 바람이 있다.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 본 모든 그림과 이야기, 만화, 영화들이 얼마나 강하고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내게 배어들어 왔던가.…만화나 영화 등을 바라볼 때 어린이의 입장이 되어 재미있는 것은 재미있는 것으로 바라볼 수 있는 자연스러운 시각을 당부 드리고 싶다.…만약 재미있고 천박한 내용의 작품과 재미없고 유익한 내용의 작품을 비판해야 한다면, 내 생각이 꼭 옳다고 믿진 않지만, 난 재미없고 유익한 작품을 먼저 비판하고 싶다. 재미없는 잔소리는 아이들에게 고문과 같은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만화책을 본다고 야단하지 말자. 만화만 그린다고 걱정하지 말자. 유명한 그림책 작가들이 만화로 시작한 예가 얼마든지 있다. ‘슈렉’‘아빠와 함께 피자놀이를’의 윌리엄 스타이그와 ‘우리 할아버지’‘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의 존 버닝햄은 물론이고, ‘세 친구’‘꼬마 악마 디아블로’등의 작가 헬메 하이네도 만화가 출신이다.
‘SNOW’‘비오는 날’‘새벽’의 유리 슐레비츠도 만화와 사랑에 빠져 한동안 많은 만화책을 만들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만화책을 만들어온 데이비드 위스너는 ‘아기돼지 세 마리’‘구름공항’등에서 만화적 상상력과 한 칸 한 칸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만화의 기법을 보여주었다.
만화 자체는 문제될 것 없는 예술과 정보의 전달수단이다. 단, 우리 독서시장에서 만화의 질을 높이는 일을 고민할 때다. 내용 있는 만화가들이 배출된다면, 앞으로도 만화는 대중의 사랑을 독차지할 장르이다. 주인공 캐릭터 만들기, 말 풍선 채우기, 전혀 다른 작품으로 바꾸기 등으로 아이들에게 만화로 표현할 기회를 주자.
어린이도서관 ‘책읽는 엄마 책읽는 아이’ 관장 김소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