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것을 새롭게 보자는 거죠.”
6년째 한국에 있는 미국 피아니스트 론 브랜튼(47)이 ‘서머 나이트 재즈’ 무대를 갖는다. 2002년 이래 한여름과 성탄절마다 펼치고 있는 무대다. 이번에는 본격적으로 한국인의 심성에 밀착하기로 했다.
“나훈아의 ‘고향역’, 신중현의 ‘님은 먼 곳에’, 김광석의 ‘외사랑’ 같은 한국 가요들을 제 밴드와 함께 재즈로 선보일 작정이에요.” 그가 “가요”라고 발음한, 한국의 유행가들은 그에게 훌륭한 영감의 원천이다. “먼저 악보를 한 번 훑어본 뒤, 멜로디가 다가오면 재즈로 변주해 가며 제 음악을 만들었죠.”
1998년, 한국의 재즈 페스티벌의 초청을 받아 ‘론 브랜튼 그룹’이라는 이름의 그룹을 끌고 와 이정식 밴드 등과 즉흥 연주(gig)를 가진 뒤 한국에 둥지를 틀었다. 송영주(피아노), 전성식(베이스), 조성덕(베이스), 크리스 바가(드럼) 등은 그의 한국 체류를 의미 깊게 해 준 사람들이다.
그의 한국 사랑은 구체적이다. 1997년 한국의 예술 기획자 김향란 씨와 결혼했고, 1년만에 아내의 나라로 와서 살면서 새로운 예술적 가능성을 발견하기에 이르렀다. “우리가 살던 워싱턴은 너무 심심한 도시였어요.”
우선 뮤지션들이 연주할 기회와 공간이 너무 적었다. 클래식 뮤지션으로 생계를 꾸리는 것 또한 만만치 않다. “비행기로 대륙을 누비며 두세 개 이상의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지 않으면 그곳에서 전업 음악가로 살기란 힘들어요. 학력이란 종이 조각에 불과한 거죠.” 메릴랜드대 작곡과에서 정규 코스를 마쳤지만, 그에겐 내면의 소리에 대한 갈구가 더 컸다.
한국에 와서 그는 말로만 듣던 사물놀이를 발견했다. 현재 사물놀이단과 함께 만들고 있는 ‘호랑이’는 국악과 전통 무용에다 서예까지, 한국의 전통적 예술 장르들을 하나로 빚어 올린 총체적 음악극이다. 그뿐 아니다. “추어탕이 단연 최고죠. 그 다음은 순두부고.” 한국의 맛에 빠졌다.
어머니가 틈만 나면 돌아오라 하지만 선뜻 응하지 못하는 데에는 현재 살고 있는 관악산 부근의 24시간 추어탕 집도 한몫 단단히 한다. 딸 도연(7)이 피아노에 재질이 뛰어나다고 은근히 자랑이다.
거반 한국 사람이 된 그의 연주회는 27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재즈 스탠더드들도 들려준다. 클레(색소폰), 하여정(드럼), 조성덕(베이스) 협연. (02)888-2698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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