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4월 영국의 구족화가 앨리슨 래퍼가 한국을 찾았다. 팔다리가 짧은 선천성 기형아(해표성상지증)인 그의 화가로서, 한 아이의 어머니로서의 삶은 진한 감동을 전해줬다. 1960년대 전 세계에서 1만 명의 ‘앨리슨 래퍼’가 태어났다. 태아의 팔 다리가 생기는 임신 두 달째에 무심코 복용한 ‘탈리도마이드’라는 수면제가 비극을 잉태 시킨 것이다.
예전에 기형은 그저 ‘괴물’취급을 받았다. 100여년 전까지만 해도 서구에는 기형 표본 콜렉션이 유행했다. 기형은 정말 멀쩡한 우리들과는 전혀 다른 존재인가.
유전 질환은 유전자의 DNA 염기배열이 바뀌는 돌연변이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인간 게놈의 30억 염기쌍들은 각각 평균 240번의 돌연변이 과정을 겪었다. 결국 우리 모두 돌연변이의 결과인 셈이다. 사람마다 정도가 다를 뿐. 돌연변이는 어디나 존재한다. 인간 배아에는 부모에게는 없는 100개의 돌연변이가 있다고 한다.
돌연변이가 너무 흔하면 ‘변이’ 또는 ‘다형성’이라고 부른다. 아프리카에서는 최근 에이즈에 대한 저항력을 길러주는 CCR5 유전자의 다형성 발생 빈도가 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다형성은 곧 인간 다양성의 원천이다. 다만 우연하게도, 어떤 사람은 대부분 사람들에게서 발현되지 않는 치명적 결과를 가져오는 돌연변이를 가지고 태어날 뿐이다.
진화발달생물학자인 저자는 수정란 배아 단계에서부터 기관 형성, 골격, 성장, 성기, 피부, 노화까지 인간의 돌연변이와 기형을 살핀다. “돌연변이는 인간 유전자의 비밀을 푸는 열쇠인‘로제타석’이다.” 도판이 끔찍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기형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깨고, 유전자 연구의 미래까지 가늠케 하는 책이다. 영국왕립학회 과학부문 뉴센추리메달 수상작.
안준현 기자 dejav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