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14일 6년 가까이 유지해 온 제로금리 시대 종료를 선언하면서 국내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이미 금리인상 전망이 시장에 반영돼 단기적인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면서도 추가인상 등 변수에 따라 엔화대출, 주식ㆍ부동산 시장 등에 미칠 장기적 여파에 유의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일본이 금리를 올리면 이론적으로 엔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 엔화 환율이 강세를 띠게 된다. 이는 글로벌 달러 약세를 부추겨 원ㆍ달러 환율 하락을 불러올 수 있고 수출기업의 채산성이 악화될 수 있다.
하지만 이날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오히려 4.6원 오른 953.8원으로 마감, 단기적인 영향은 미미함을 보여줬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그러나 "일본이 제로금리 정책을 포기한 이상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에는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식시장에서는 일본에서 돈을 빌려 국내 자산에 투자한 이른바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일본으로 발길을 돌릴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엔 캐리 자금 중 상당부분이 부동산 시장에도 들어갔을 것으로 보고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주식 및 부동산 시장이 조정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인상을 예견하고 이미 웬만한 규모의 엔 캐리 투자는 청산됐을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일본의 금리인상이 당장 우리나라 콜금리에 미칠 영향도 현재로서는 적어 보인다. 일본 내에서도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가 많아 급격한 금리 차 축소를 불러올 만큼 일본이 연쇄적으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일본의 금리인상 자체가 통화정책에 큰 변수가 아니다"며 오히려 엔화 강세에 따른 원화의 동반 강세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문제는 국내에서 엔화를 빌려 갖고 있는 대출자들이다. 엔화 대출은 3개월 변동금리여서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이자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엔 가치 상승으로 원·엔 환율이 상승세를 탄다면 환차손을 볼 수도 있다.
그동안 엔화대출은 2%대의 싼 금리에다 원ㆍ엔 환율이 하락하면서 크게 늘었다. 6개 주요 시중은행의 6월말 현재 엔화대출 규모는 1조942억엔(약 9조52억원)으로 지난해 말(8,078억엔)보다 35.5%나 증가한 상태. 이 가운데는 직접 엔화를 필요로 하는 기업 뿐 아니라 싼 자금을 빌려 부동산 등 다른 자산에 투자한 의사·약사 등 전문직 종사자와 개인사업자들이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금리 인상에다 앞으로 환율도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투자 목적으로 엔화를 대출받는 것은 투기에 가깝다"며 "신규 대출은 되도록 받지 말고 기존 대출도 서둘러 최대한 줄이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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