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2차 본협상이 ‘건강보험 약가 책정 방안’을 놓고 한ㆍ미 양국이 정면 충돌해 마지막날 협상일정이 전면 취소되는 등 파행으로 막을 내렸다. 미국측이 한국의 ‘건강보험 약가 책정 방안’철회를 요구하며 일방적으로 2개 분과 협상일정 취소를 통보했고, 한국측도 이에 맞서 다른 2개 분과 협상을 취소해 이날 예정된 4개 분과 협상이 모두 열리지 못했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는 “미국측이 우리 정부의 건강보험 약가책정 적정화 방안 시행에 불만을 표시, 무역구제 및 서비스 분과 협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며 “이에 따라 이들 분과는 13일부터 협상 마지막 날인 14일까지 협상이 열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국측도 이에 맞서 14일 예정된 상품무역 및 환경분과 협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미국은 지난 11일 2차 협상개시 이틀만에 ‘건강보험 약가 책정 적정화 방안’의 철회를 요구하며 의약품ㆍ의료기기 작업반 협상에서 일방적으로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고, 13일부터는 이 문제를 다른 분과 협상에까지 연계 시켜 협상 전체를 파행으로 이끄는 강수를 뒀다. 이에 대해 한국 대표단도 마지막 나머지 협상을 모두 취소하는 강경 대응으로 맞받으면서 양측이 정면충돌한 것이다.
미국은 ▦건강보험 약가책정 적정화 방안의 즉각적인 중단 ▦적정화 방안을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의 상호협의 등을 협상 재개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5월 건강보험 약가책정 적정화 추진방안을 발표하면서 9월부터 ‘포지티브 시스템(선별목록)’을 도입해 가격 대비 효과가 우수한 의약품만 선별해 건강보험 적용혜택을 주기로 했다.
웬디 커틀러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미국측 수석대표는 14일 기자회견을 갖고“의약품 작업반의 협상중단은 한국측의 건강보험 약가책정 적정화 방안이 직접적인 문제가 됐기 때문”이라며 “이는 의약품 작업반 구성의 위임의무(Mandate)를 어긴 것이고 (시장을 개방하고 국민에게 혜택을 주자는) FTA 정신에 어긋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나 양국은 닷새간의 협상 일정기간 동안 18개 분과 및 작업반 회의를 열고 서비스 분야의 유보안(개방불가)을 교환하고 상품분야의 양허안(개방대상) 틀에 합의하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3차 본협상은 9월4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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