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부분파업해온 현대자동차 노조가 어제부터 파업강도를 높이고 기아자동차 노조도 18일부터 부분파업을 하기로 했다. 이로써 현대차는 1987년 노조 설립 이래 94년 한 해만 빼고 19년째, 기아차는 91년 이후 16년 연속 파업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세우게 됐다.
우리 자동차산업, 특히 현대ㆍ기아차가 처한 내외의 상황이 예사롭지 않은 가운데 연례행사로 파업행태를 보며 과연 노조가 현재의 위기국면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현대ㆍ기아차 비자금사건으로 정몽구 회장이 구속되자 우리 자동차산업이 무너진다며 앞장서 선처를 호소했던 노조가 파업을 결행한 것이나, 병보석으로 풀려난 정 회장이 퇴원해 출근하자마자 파업 강도를 높이는 행태 등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적정한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노조의 정당한 권리지만, 회장 구속에 따른 경영공백 등으로 회사가 비상국면에 처했다면 통상적 파업행위는 자제했어야 옳았다.
세계적 명차 생산을 위해 주차장 부지에 새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이 노조의 반대로 벽에 부딪혔다는 소식엔 어안이 벙벙하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새 전략차종을 생산할 공장을 짓겠다면 쌍수로 환영해야 마땅할 터인데 일부 노조원들이 대체 주차장이 멀어 불편하다는 이유로 반대한다니 어이가 없다.
단종(斷種)에 따른 유휴인력을 활용하면서 경쟁력도 높이겠다는 공장 신설계획을 대수롭지 않은 기득권 때문에 반대한다면 자동차 생산근로자로서의 자격을 잃은 게 아닌가.
지금 세계 자동차시장의 지각변동은 어지러울 지경이다. GM과 르노-닛산이 도요타를 견제하기 위해 제휴를 모색하고 있고 중국의 토종 기업인 난징자동차가 미국에서의 자동차 생산계획을 발표하는 등 중국 업체들의 세계시장 진출이 거세지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도 수입차 판매가 날로 늘어 안방이라고 안심할 때가 아니다. 현대ㆍ기아차 노조는 위기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지금 진정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깨달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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