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14일 전당대회 이후 당무를 거부한 채 전남 순천 선암사에서 칩거 중인 이재오 최고위원을 직접 찾아가 당무 복귀를 설득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당대회 다음날인 12일 첫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한 뒤 사흘째 당무를 보이콧하고 있다. 그의 당무 거부 명분도 바뀌고 있다. 처음엔 “박근혜 전 대표에게 배신 당했다”며 박 전 대표를 주로 겨냥했다. 그는 이어 경선 과정에서 강 대표 등이 ‘색깔론’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문제 삼은 점에 대해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강 대표는 이날 50여분간의 면담을 통해 이 최고위원에게 “전대 과정에서 있었던 오해와 시비를 깨끗이 잊고 미래를 위해 함께 나가자”며 당무 복귀를 촉구했다. 이에 이 최고위원은 “대승적 차원에서 잘 생각해 보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 최고위원이 내주 초 당무에 복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당내에선 “이 최고위원이 더 이상 당무를 거부하는 것은 명분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이 최고위원의 당무 거부가 한나라당에 ‘경선 불복’의 나쁜 선례를 남기는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한 재선 의원은 “대표 경선에서조차 승복하지 못하다면 대선후보 경선에서 과연 승복이 쉽겠느냐는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한 당직자는 “과거 야당사를 돌아보면 전당대회 과정에서 숱한 비난전이 벌어지지만 승부가 결정이 나면 패자는 승자의 손을 깨끗이 들어줬다”며 “경선 과정의 언쟁을 문제 삼아 당 밖에서 시위를 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고 비판했다. 한 초선 의원은 “경선 과정에서 여러 형태의 검증이 이뤄지는 게 당연한데도 이를 ‘색깔론’으로만 몰아서는 곤란하다”며 “이 최고위원측도 ‘민정계’ 운운하며 강 대표를 거칠게 공격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한편 남경필 의원은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강 대표는 색깔론을 제기한 데 대해 이 최고위원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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