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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화승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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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화승총

입력
2006.07.14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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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승총 하면 으레 외부로 늘어뜨린 심지에 불을 붙여 쏘는 총을 연상하기 쉽다. 화승(火蠅)이라는 말 자체가 불 심지를 뜻하기도 하지만 TV 역사드라마에 나오는 화승총은 모두 이런 모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럽에서 1500년대에 처음 발명된 화승총은 심지에 불 붙이는 장치가 방아틀 안에 들어 있었다. 방아쇠를 당기면 방아틀 내부에서 불꽃이 일어 심지에 불이 붙고 이것이 화약을 폭발시켜 탄환이 발사되는 원리였다. 16세기 중반 포르투갈 상인들에 의해 일본에 전해져 조총이란 이름이 붙은 화승총도 이 방식이었다.

■ 우리 나라에 처음 일본 조총이 들어온 것은 1589년(선조 22년). 황윤길 일행이 일본에 사신으로 갔다가 쓰시마도주로부터 몇 자루를 받아왔던 것이다. 당시 조정에서는 이 신무기 성능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다가 왜군에게 호되게 당한 뒤에야 위력을 깨달았다.

이순신은 휘하 정사준(鄭思竣)에게 소형 대포인 승자총과 조총을 절충한 화승총을 만들게 했다. 심지에 불을 붙이는 식이었다. 화승총이라는 명칭도 바로 여기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1656년(효종 2년) 귀화 네덜란드인 박연(벨테브레)이 부싯돌(燧石)식 화승총을 제작했는데 성능이 좋아 청나라에서 100자루를 요구했다는 기록이 있다.

■ 화승총은 유효사거리 200㎙에 분당 2~4발까지 발사할 수 있었으나 심지가 비에 젖는 것이 문제였다. 그래서 1800년대 초 유럽에서는 화염이나 충격에 쉽게 폭발하는 점화약(뇌홍ㆍ雷汞ㆍ수은화합물의 일종)을 개발해 이를 공이로 쳐서 발화시키는 방식이 등장했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간 것이 탄약 안에서 점화와 폭발이 함께 이뤄지도록 한 신식 소총이다. 1800년대 후반부터 서구열강과 일본은 이런 방식의 신식 소총으로 무장하게 되었다. 그러나 조선에는 여전히 구식 화승총이 사용됐다. 한말 항일 의병들도 구식 화승총으로 신식 소총과 기관총으로 무장한 일본군과 싸웠다.

■ 엊그제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북측 대표단장은 "100여 전 조상들이 화승총이 없어 망국조약을 강요 당했고 왜군이 와서 난도질하고 판치는 비극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신식 소총을 화승총과 혼동한 것이다. 어쨌든 그는 북한의 미사일과 핵개발의 당위성을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미사일과 핵 개발이 북 체제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 군수공업에 과도한 예산 투여는 북한 경제에 큰 부담이다. 주민은 헐벗고 굶주리는데 미사일 만들고 핵개발 해봤자 허장성세에 지나지 않음을 왜 깨닫지 못할까.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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