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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무는 법조비리/ 金씨, 고법부장까지 손 뻗쳐… 청탁 90%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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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무는 법조비리/ 金씨, 고법부장까지 손 뻗쳐… 청탁 90%성공

입력
2006.07.1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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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판ㆍ검사를 상대로 한 법조 브로커 김홍수씨의 사건 청탁이 대부분 성사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김씨는 판ㆍ검사에게 현금과 명품 카펫 등 금품 공세를 편 것으로 알려져 이번 사건은 최악의 법조 비리로 번질 조짐이다.

김씨가 기록한 주소록에 따르면 김씨가 연락 관계를 유지한 판ㆍ검사와 검찰 수사관, 경찰관은 8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이 김씨의 로비를 받았다고 밝힌 10여명 선을 훨씬 넘는 ‘가상의’ 로비 대상이다.

이에 따라 검찰의 수사가 진행할수록 김씨 로비의 그물망에 걸린 것으로 파악되는 법조계 인사들은 더욱 늘 전망이다.

“로비 성공률 90%”

김씨는 ‘약발이 먹히는’ 브로커였다. 그를 통하면 안될 일이 없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청탁과 돈이 몰렸다. 실제로 김씨는 한건 한건 성공률을 높여가면서 특급 해결사로서의 명성을 쌓았다.

김씨가 지난해 7월과 올해 2월 기소될 당시 적용된 변호사법 위반 사건의 내용은 김씨의 가공할 로비력을 보여준다. 2002년 3월 음주사고로 수배된 허모씨의 사건 해결 청탁을 성사시켜준 것이 대표적이다.

김씨가 담당 검사 접대비 명목으로 200만원을 받은 며칠 뒤 허씨는 구속 10일 만에 벌금형으로 약식 기소됐다. 의뢰인이었던 허씨는 나중엔 김씨의 로비력을 선전하며 청탁을 김씨에게 물어다 주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같은해 5월 김씨는 히로뽕 투약 혐의를 받고 있던 양모씨로부터 1,000만원을 받고 영장 기각을 약속했다. 양씨는 실제로 영장이 기각돼 법조계 주변에서는 로비의 약발이 통했다는 말이 돌았다. 김씨가 “영장 기각 전날 영장담당 판사들과 술을 마셨는데, 술값으로 500만원을 썼다”고 말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당시 양씨의 영장심사는 영장전담이 아니라 당직 판사가 맡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검찰은 김씨의 청탁이 성사된 경우가 90%에 달했다고 밝히고 있다.

판ㆍ검사와 유착 실태

검찰은 강남에서 이란산 카펫 수입업체와 고급가구점을 운영한 김씨의 이력이 전문 사건브로커와 달리 판ㆍ검사들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린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는 술값을 대신 내주거나 전별금, 휴가비, 수사비, 판사실 운영비 등 각종 명목으로 돈을 풀었다. 수천만원대의 수입 카펫이 선물로 제공되기도 했다.

김씨는 이렇게 쌓은 판ㆍ검사들과의 친분을 사건 청탁에 이용했다. 2001년 9월 수배된 주식 브로커 박모씨를 검찰청에 데려가 사건 해결을 위해 김모 서울중앙지검 강력과장을 소개하는 대담함을 보이는가 하면 법조인과의 술자리에도 불러냈다. 박씨에게 법조인 이름이 적힌 편지봉투 6개를 가지고 가 ‘휴가비를 줘야 한다’며 돈을 요구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어디까지 확산되나

단서가 확보된 판·검사,경찰관은 모두 10여명이지만 조사가 확대될수록 관련자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검찰 관계자는 "다이어리에 적힌 10여명이 현재 수사선에 올라 있다"고 수사 범위를 한정했다.

그러나 법조계 주변에서는 실제 김씨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판ㆍ검사가 훨씬 더 많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실제 김씨의 수첩에는 전ㆍ현직 판사 25명, 검사 20여명 등의 휴대폰 등이 적혀 있다.

법조인들은 친분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휴대폰 번호를 알려주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김씨와 이들의 친밀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수첩에는 강남경찰서에서 근무했거나 현재 근무중인 경찰관 가운데 김씨와 자주 어울렸던 직원들의 모임인 '강남팀' 멤버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판·검사의 뇌물수수나 알선수재 혐의가 인정되려면 대가성이 입증돼야 하기 때문에 관련자 진술에 의존하는 검찰이 몇 명을 형사처벌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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