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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커버스토리 - '이 남자가 사는 법' 문화수집가 김민석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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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커버스토리 - '이 남자가 사는 법' 문화수집가 김민석씨

입력
2006.07.1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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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고 싶은 물건이 생기면 지구 끝까지라도 갑니다.”

1979년부터 세계 150여 개국을 누비며 예술품을 수집한 김민석(51ㆍ㈜솔로몬 대표)씨. 그는 1년에 평균 8개월을 해외에서 보내고 비행기 마일리지만도 300만 마일에 이른다. 600평 짜리 창고는 10만 여 점의 수집품으로 빽빽하다. ‘뭔가를 모으기 위해’ 이 땅에 태어난 사람 같다.

그의 30년 수집인생의 시작과 그에 얽힌 사연은 뭘까.

김민석씨는 자칭 ‘방황하는 청소년’으로 10대를 마감했다. 군대에 다녀오니 앞으로 살 길이 막막했다. 나라 밖에서 살 길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스물 다섯 살 때 달랑 1만원 들고 ‘기회의 땅’이라 믿었던 미국으로 무작정 떠났다.

주유소에서도 일하고 기름통 배달, 트럭 운전사 등 닥치는 대로 일해서 하루하루를 살아 나갔다. 한 달에 한 번 벼룩시장에 가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다. 고심 끝에, 피같이 모은 돈으로 오래된 물건을 샀는데 그럴 때마다 뭔지 모를 ‘희망’을 얻었다. 뭔가를 모으는 ‘벽’은 그때 생기기 시작한 것 같다.

그렇게 보낸 시간이 1년 6개월. 우연히 알게 된 친구의 소개로 사우디아라비아 케이터링 사업체 영업사원으로 취직했다. 생애 첫 직장이었다. 겁 없이 사우디아라비아로 그 친구를 따라 나섰다. 책에서만 보던 그 곳은 명품의 나라였다. 명품 공부를 하면서 물건 보는 안목을 키웠다.

처음에는 우표, 미니카, 명품시계, 카메라를 모았다. 그런데 금방 싫증이 났다. 그러던 어느날 집 앞에서 ‘장미석’을 발견했다. 사우디에는 흔한 길 위의 돌멩이다. 그런데 자꾸 손이 가고 정이 갔다.

“평소에 눈에 띄지 않던 것이 갑자기 확 들어왔어요. 항상 집 앞에 굴러다니던 것이었는데 말이죠. 그때 안목이 생긴 모양이에요.”

본격적인 수집은 그때 시작됐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영업에 자신감이 생기자 한국으로 돌아와 유통사업에 뛰어들었다. 6개월 만에 1억원을 까먹었다.

다시 미국 생각이 간절해졌다. 비행기표만 구해 빈털터리로 뉴욕으로 갔다. 보석가게에서 세일즈맨으로 일하다가 아프리카 다이아몬드 밀수꾼들을 알게 됐다. 이번엔 청바지 2만 벌을 외상으로 얻어 아프리카로 떠났다.

물물교환을 해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청바지와 김씨가 갖고 싶은 것을 교환했다. 당시 그는 ‘청바지 아저씨’로 불렸다. 안정적인 일이 아닌 만큼 우여곡절도 많았다. 허덕이던 시절에는 죽을 생각도 몇 번이나 했다. 한때는 에티오피아인으로부터 소 쓸개를 사서 한국 제약회사에 팔기도 했다. 돈이 없어 그때도 청바지를 담보로 맡겼다. 일이 잘 풀려 한 동안 그 일로 큰 돈을 모을 수 있었다.

장미석 이후에는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모았다. 1m 높이의 1900년대 독일 카메라와 캐나다의 초창기 수동 세탁기, 영국 빅토리안 스타일 책상, 베니스 스타일의 화려한 가면 등 두 번째 보고 처음보다 느낌이 좋으면 무조건 샀다. 자신의 안목과 느낌을 믿었다. 수집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예술품으로 눈이 갔다. 질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술품은 두 번 태어나더군요. 처음에는 작가에 의해, 다음은 소장가에 의해. 다시 태어나게 하는 작업은 굉장히 매력적이었어요.”

사건 사고도 많았다. 에티오피아에서는 동물보호협회가 보호하는 코뿔소를 사냥하거나 거래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뿔을 구하려다 교도소에 갇힌 적이 있다. 김씨는 지나고 나면 고생도 추억이라고 말하면서 배시시 웃는다.

전문 컬렉터 김민석씨는 꿈이 있다. “저는 수집 법칙을 정해 놓았어요. 2 대 8, 전체 수입의 20%는 개인 소장용으로 사고요, 80%는 되팔 수 있는 물건을 사요. 회사도 이익을 내야 먹고 사니까요. 조만간 박물관을 지어 제 개인 소장품들을 전시하고 싶어요. 여러 사람이 같이 볼 수 있도록 말이죠.”

김씨는 이미 경북 울진군과 협의해 세계문화사박물관(문화테마공원)을 세우기로 한 상태다. 계획대로라면 2007년 여름에 개관한다.

최근에는 ‘세계의 모든 스타일’이라는 책도 발간했다. 문화예술품만 모아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등 대륙별 여행국을 구분하고 그곳의 수집품을 소개했다.

“돈 많이 벌었냐고요? 아니오. 집이나 차 같은 것이 저에겐 아무 의미가 없어요. 아직도 그저 수집에 미쳐 살고 있답니다.”

29일 직원들과 함께 아프리카로 여행을 떠나는 김씨는 아이처럼 들떠 있었다. “예술품 캐러 가는데 같이 가실래요?”

조윤정기자 yjcho@hk.co.kr

■ 김민석 콜렉션 '베스트 5'… 장미석 제일 애착

▦ 콜렉터 김민석이 꼽은 수집품 BEST 5

#1 사우디아라비아의 '장미석'

사우디아라비아 사막의 모래가 굳어져 만들어진 장미꽃 모양의 자연석. 1980년대 사우디에서 살 때 집 앞에서 캐냈다. 당시에는 흔히 볼 수 있고, 누구나 캘 수도 있었다.

지금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 안 되지만 그의 보물1호다. 첫 수집품이라 애착이 간다. 이사 다닐 때마다 품에 꼭 안고 다닐 정도였다. 이 돌덩이 때문에 가족들에게 핀잔도 많이 들었다. 남들은 옷이나 아이들 장난감, 소니 TV 등을 갖고 들어오는 데 웬 돌덩이만 자꾸 들고 들어오냐고. 지금까지 모아둔 장미석은 20여 개. 지금은 반출이 안 돼 한국에 가지고 들어올 수가 없다.

#2 탄자니아의 마콘데 부족 흑단조각 '가족나무'

미술관에서 처음 마콘데 부족의 흑단조각을 보고 정교함에 감탄했다. 그 감동은 그를 탄자니아 마콘데 부족마을로 나서게 만들었다. 케냐에서 출발해 트럭과 버스, 우마차로 갈아 타고 15시간이 걸려서 마을에 도착했다.

질 좋은 예술품들이 가득했다. 환상적인 작품도 많았고 미술관의 5분의 1 정도의 저렴한 가격으로 살수 있었으니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 마콘데 부족의 족보가 조각된 ‘가족나무(Family Tree)’가 처음 그의 눈을 사로 잡았다. 이리저리 얽힌 군중의 형상, 마치 그들은 뒤엉켜 춤을 추고 있는 것 같았다. 형제애, 단합, 협력, 단일 등을 의미한단다. 1900년대 만들어진 높이 144cm의 이 작품은 당시 2,000달러를 주고 샀는데 지금은 몇 만 달러를 호가한다.

#3 루마니아의 '화가 라두단의 유화'

김씨는 외국에 나가 수집품을 찾을 때 아무리 여유가 없어도 최고급 호텔에 하루, 이틀은 꼭 묵었다. 정보 수집을 위해서다. 그곳에 근무하는 매니저의 도움으로 현지 미술품 관계자를 소개 받으면 그 나라 문화와 시장구조 파악은 금새 해결됐으니까. 수집을 시작한 후 초창기 6년은 아프리카 곳곳을, 그 후 4년은 동유럽을 주로 다녔다.

루마니아의 중견작가 라두단은 유니온 미술협회를 통해 알게 됐다. 사회주의 억압 속에서 그린 그림들은 잔잔한 감동을 줬다. ‘희망’이란 메시지 때문이었으리라. 꼭 만나보고 싶은 마음에 와인 한 병을 사 들고 무작정 그의 집을 방문했다. 그때 맺어진 인연이 지금껏 계속된다. ‘더 블루’ 라는 이 작품은 1991년 그린 유화로 가로 세로 60cm 크기. 그 즈음부터 유럽출신 예술인을 발굴해 다양한 작품을 한국과 일본에까지 소개하기 시작했다.

#4 인도의 '강가(Ganga)'

이 조각 때문에 인도 경찰에 붙잡혀 형무소에 꼼짝없이 10년을 살뻔했다. 골동품가게의 가짜 서류 작성 때문에 문화재 밀수꾼으로 의심을 받은 것. 고생 끝에 갖고 들어온 추억이 깃든 조각품이다. 며칠간의 흥정 끝에 구입해 합법적으로 반출된다는 증명 서류까지 받은 그로서는 황당한 일이었다. 긴 조사 끝에 골동품상 대표의 서류조작이 드러났지만 아찔했다. 강가는 인도 대륙의 주요 강인 갠지스 강의 여신을 뜻한다.

#5 모로코의 '모로코항아리'

스타일을 얘기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모로코. 모로코의 오브제들은 보면 볼수록 감동스럽다. 강인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언뜻 보기에는 화려하지만 뜯어보면 단순한 것이 매력. 지금도 가끔 감상하곤 하는 모로코 항아리는 손때 묻은 유산이다. 당시 골동품가게에서 발견했다. 높이 1m가 넘는 이 항아리는 테라코타 위에 모르코 스타일로 패턴을 그리고 그 위를 다시 은으로 세공했다. 200년은 족히 넘었다고 한다. 어두운 색감과 아름다운 곡선이 매혹적이다.

▦ 김민기의 수집 팁 세 가지!

1. 발품을 많이 팔면 팔수록 질 좋은 작품을 좋은 가격에 살수 있는 것은 기본.

2. 처음 봤을 때는 절대 사지말고 충분히 느끼기만 하라. 얼마 후 다시 가서 봤을 때 처음보다 느낌보다 깊다면 꼭 사라. 가격과 용도, 의미, 관리 상태 등을 꼼꼼히 살피고 사면 된다.

3. 적금처럼 수입의 일정량을 항상 개인 소장용으로 구입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 시간이 지나면 모두 재산이 된다.

조윤정기자 yj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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